[신간] 제왕의 위엄·1초 동안의 긴 고백
급!고독·나무 다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 제왕의 위엄 상, 하 =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SF·판타지 작가 켄 리우의 장편 소설.
켄 리우는 '종이 동물원'으로 권위의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 문학상을 40년 만에 첫 동시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제왕의 위엄'은 동아시아 문화 및 중국 문화의 가장 큰 뿌리인 '한 왕조'를 소재로 집필한 SF 판타지 소설 '민들레 왕조 연대기' 3부작 중 첫 작품이다.
항우와 유방의 전쟁사를 다룬 '초한지'의 큰 줄기를 따라가되, 하늘을 나는 전투함 등 각종 기계 장치가 등장해 전쟁의 양상을 바꾸는가 하면 주요 등장인물의 성별을 바꾸거나 새로운 플롯을 첨가하고 '신'(神)들을 개입시키는 색다른 '초한지'를 선보인다.
민들레 왕조의 통일 이후를 다룬 2, 3부는 2020년 출간될 예정이다.
장성주 옮김. 황금가지. 492·468쪽. 각 1만5천800원.
▲ 1초 동안의 긴 고백 = 시 창작 강의의 달인으로 불리는 하린 시인의 세번째 시집.
이번 시집에 시인은 '우글거리는 아웃사이더의 감정'을 담았다.
그는 주류, 중심, 핵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자리한 시인 자신과 곁의 또 다른 아웃사이더들을 긍정하며 쓰다듬는다.
그래서 그의 시는 변방 태생임에도 마냥 음울하거나 어둑하지만은 않다.
그는 '시가 되길 거부하는 것들'에게 다가가 끝내 그것을 '시'가 되게 하고 만다.
'나 오늘 밤 절벽에게 고백할래 / 사람은 새가 될 수 없지만 새를 품을 순 있다고 말할래 / 새를 꺼내는 그 순간, 1초 동안의 긴 고백 / 어둠이 왜 이렇게 투명한건지 / 윤곽을 가진 것들이 온전히 자신을 다 드러내 놓기 좋은 시절이라고'('푸시' 전문)
문학수첩. 172쪽. 8천원.
▲ 급! 고독 = 등단한지 만 30년을 맞이한 이경림 시인이 8년 만에 펴내는 새 시집.
독특한 발상과 이질적인 화법으로 독창적인 시 세계를 펼쳐 온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우연의 순간에 문득 생겨나고 움직이고 사라지는 존재들의 근원을 촘촘히 파고든다.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생의 내밀한 풍경을 다채롭게 그려내며 독자를 한층 풍요로운 상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김수이 문학평론가의 해설대로 "불교의 사유를 일상의 이야기로 재구성한 존재론적 성찰"이 돋보이는, 독창적이고도 깊은 사유가 담긴 시편들이 매력적이다.
'어째서 저 광대무변의 한 토마토와 터럭보다 작은 토마토가 같은 것이냐 / 다른 것이냐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다만 그 이름이 토마토일 뿐인 저 / 수천수만 토마토들의 물음은 끝이 없고 다만 그 이름이 물음일 뿐인 물음들의 물음은 끝이 없구나'('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부분)
창비. 188쪽. 9천원.
▲ 나무 다비 = 1985년 등단한 박방희 시인의 신작 시집.
이번 시집에는 나무 시편들이 많이 눈에 띈다.
표제작인 '나무 다비'에서는 나무의 비밀을, '임고서원 은행나무'에서는 시절을 거역하는 푸른 정신을 말한다.
문명의 속도와 욕망의 길에 서있는 우리는 그저 한 호흡만이라도 늦추고, 스스로를 거둘 필요가 있다.
'나무는 태생적으로 선풍이다 / 나고 / 성장하고 / 노쇠하여 / 고사목이 되고 / 마침내 한 짐 화목으로 / 스스로 다비 한다.'('나무 다비' 부분)
이번 시집은 자연과 사물, 자아와 현실을 매개로 한 정신의 표상이며, 실존의 국면을 노래한 작품이다.
지혜. 100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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