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의 전쟁] ③ "정확한 배출량 파악 후 발생량 줄여야"
10년새 폐기물배출량 15% ↑·소각시설 58% ↓…처리에 '동맥경화'
전문가·환경단체 "'86% 재활용' 의문…발생량 감소로 정책 맞춰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우리가 사용하는 종류별 플라스틱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플라스틱을 얼마만큼 줄여야 하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쓰레기 대란에서 벗어나려면 정확한 현황 자료부터 갖춰야 합니다."
유럽플라스틱·고무제조자협회(EUROMAP)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은 2015년 기준 132㎏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통계가 플라스틱 원료 소비량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실제 사용한 양과 차이가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이 많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플라스틱을 포함한 각종 쓰레기양은 늘어나는데, 이를 처리할 시설은 부족해 해외로 내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폐기물별 발생부터 최종 처리까지 정확한 경로와 양을 분석해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쓰레기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중 70∼80%가량이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플라스틱 처리가 가장 큰 이슈로 지목되는 이유다.
◇ 폐기물 일일 배출량 10년새 15%↑…소각시설 58.5%↓
우리나라 생활·사업장·건설 폐기물 발생량은 최근 10년 사이 15.3% 증가했다.
환경부 전국폐기물 처리현황을 보면 2008년 하루 평균 35만9천296t이던 폐기물 발생량은 2017년 41만4천626t으로 5만5천330t이 늘었다.
같은 기간 폐기물 소각시설은 952개에서 395개로 557개(58.5%)가 줄었다. 폐기물 처리에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 난 지 오래다.
2006년부터 발암 물질인 다이옥신 배출 기준에 적용받는 소각시설 범위가 확대되고 미세먼지 문제까지 나타나면서 많은 소각시설이 폐쇄된 때문이다.
게다가 생활폐기물이나 폐타이어 등으로 만든 고형폐기물 연료(SRF)를 사용하는 열병합발전소는 주민 반발로 지어 놓고도 가동을 못 하거나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지역 여론에 막힌 상태다.
나주, 청주, 대구, 포항, 원주, 전주 등 전국에서 SRF 시설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한 폐기물처리업체 부장은 "폐기물 처리시설이 줄어드니 처리 비용이 상승하고 싼값에 몰래 처리하려는 불법 업체가 생긴다"며 "환경오염은 줄이고 폐기물 처리 효율을 높이는 기술 개발 등 근본적인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기물 매립지 역시 포화상태여서 여유가 없다.
한국산업폐기물매립협회에 따르면 사업장폐기물 최종처분시설 잔여 용량(2018년 말 기준)은 1천365만㎡로 가용기간이 3년 정도로 예상한다.
협회 측은 "기존 매립시설 사용 종료와 잔여 가용량 한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 재활용 비율 86.4%는 사실?…"제대로 된 현황 파악부터"
'증가한 폐기물, 줄어든 처리 용량'이라는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가와 환경단체, 업계 등이 공통으로 제안하는 것은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폐기물 처리시설을 늘리는 방식은 환경오염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고 늘어나는 폐기물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폐기물 배출구를 좁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 우선 현황 자료를 면밀히 파악한후 정확한 통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어떤 폐기물이 얼마나 생산되며, 어떤 방법으로 처리되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폐기물 처리 통계다.
폐기물은 재활용, 소각, 매립 등 방식으로 처리되는데 전체 폐기물 중 86.4%(2017년 기준)가 재활용됐다.
소각은 5.8%, 매립은 7.8%를 차지했다.
문제는 재활용된 86.4%가 실제 재활용 비율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폐기물이 재활용업체로 가기만 하면 자료상 재활용된 것으로 잡히기 때문이다.
폐기물이 재활용업체로 간 이후 재활용 가능한 것을 추리고 나면 결국 소각 또는 매립해야 하는 폐기물이 적지 않은데도 모두 재활용된 것으로 기록된다.
그뿐만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폐기물 종류 자체가 바뀌기도 한다.
박상우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장(충남도립대 교수)은 "생활폐기물이라도 재활용업체를 거치면 사업장폐기물로 바뀌게 되고 이마저도 다른 폐기물과 섞이게 돼 해당 폐기물이 처음 어느 영역에서 발생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며 "통계 정확성이 매우 떨어진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도 같은 입장이다.
김미경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은 "종류별 플라스틱 사용량과 재활용률 등이 정확히 나오고 필수적으로 사용돼야 할 플라스틱양 등이 분석돼야 생산·사용 감축 목표를 잡을 수 있는데 이런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도 폐기물 현황 파악 중요성 등에 공감하고 있다.
일단 재활용 이후 발생한 소각·매립 대상 폐기물량을 구분해 내년에 발표할 자료에 반영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확한 자료와 통계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의견을 듣고 있다"며 "재활용 폐기물 종합대책 등 폐기물 발생 자체를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시행 중이며 확대하는 방향으로 계속 시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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