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소싸움대회, 동물 학대냐 전통문화냐 공방 가열
"초식동물에 육류 먹이고 피투성이 싸움" vs "수천년 문화로 관광상품"
(정읍=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북 정읍시가 매년 가을 개최하는 소싸움대회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중단해야 할 동물 학대라는 주장과 오랫동안 이어온 전통문화라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한국민속소싸움협회 정읍지회와 축산연합 회원들은 25일 정읍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싸움대회는 조상의 혼과 숨결이 살아있는 전통문화유산"이라며 "동물 학대라는 일부 단체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소싸움대회는 3천년 전 삼한 시대부터 있었다는 설이 있고, 일제가 항일정신을 고취한다는 이유로 말살시키려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법적으로도 닭싸움이나 개싸움과 달리 정부가 허용하고 있으며, 관광상품 역할 또한 톡톡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싸움협회 등은 "일제 침략기 소싸움 말살정책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듯한 현실 앞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며 "허위 구호와 시위에 당당히 맞서 소중한 전통문화유산을 보전하고 발전시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물 학대 소싸움도박장 건립반대 정읍시민행동'과 정읍 녹색당, 동물권 보호 단체인 동물자유연대 등은 "분명한 동물 학대"라며 이제는 중단해야 할 때라고 반박하고 있다.
소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초식동물에게 육류를 먹이고, 억지로 혹독한 훈련을 시킨 뒤 싸우도록 하는 것 자체가 동물 학대라는 입장이다.
특히 싸움 과정에서 날카롭게 다듬어놓은 뿔에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잔혹성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읍 녹색당은 "모든 생명의 존엄과 삶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동물 학대 논란이 되는 사업은 지양해야 마땅하다"면서 "소싸움대회를 허용하는 법률을 폐지하는 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정읍 녹색당과 정읍시민행동 등은 지난 18일부터 정읍시청 앞에서 올해 소싸움대회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앞서 이들 단체는 2017년 6월부터 작년 4월까지는 '소싸움 경기장' 건립을 막기 위한 1인 시위를 한 바 있다.
한편 정읍시는 매년 10월에 민속소싸움대회를 열고 있으며, 110억원을 들여 소싸움대회 등을 할 수 있는 '축산 테마파크'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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