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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망 조인 美, 러시아 향하는 北…회담결렬후 엇박자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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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망 조인 美, 러시아 향하는 北…회담결렬후 엇박자 심화
美, 불법 환적 의심 中 선박회사 2곳 제재…북·중에 동시 경고 효과
북러정상회담 추진 움직임…北, 러시아와 접촉면 넓혀가며 우군 확보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3주가 지난 시점에 북미 간 '엇박자 행보'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북한이 제재 해제를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대북제재망을 오히려 조이고 있고, 북한은 북한대로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대화 재개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 가운데, 양측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각자의 길을 걷고 있는 듯하다.
특히 미국이 북한의 제재회피를 도왔다며 중국 해운회사 2곳에 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은 물론 북한이 기댈 수 있는 중국을 동시에 정조준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1일(현지시간) '다롄 하이보 국제화물'과 '랴오닝 단싱 국제운송'을 미국 독자 제재명단에 올렸는데, 이는 중국을 향한 경고메시지로도 받아들여 진다.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 그 기업은 달러 기반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사실상 퇴출된다는게 정설이다. 그런 만큼 이번 조치는 대상 기업수가 2개에 불과하나 중국 정부와 경제계에 주는 '경고 메시지'로는 결코 가볍지 았은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북한과 얽힌 제3국 기업과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보이콧'(2차 제재 또는 제3자 제재) 성격의 제재를 가함으로써, 북한과 거래하거나 북한을 지원하면 큰 타격을 입을 것임을 경고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해 중국에 의지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미국이 미리 견제구를 던졌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부터 중국을 4차례 찾아가면서 북·중 관계는 더 가까워진 데다, 북한이 올해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답방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중간의 '밀착'을 견제했다는 분석이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22일 "대북 압박과 제재의 약화를 우려하는 미국이 중국에 경고를 하는 동시에 북한에 다른 선택이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17년과 2018년을 비교해보면 북한의 대중국 수출량이 급감했다는 점을 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미국의 시각은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 장마당(시장)의 물가가 안정적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중국 등과의 접경지역에서 교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번 불법 환적 적발도 이런 것들을 세세하게 감시하겠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의전을 총괄하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를 찾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러정상회담이 머지 않은 시점에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미중 무역 전쟁에 사활을 걸고 있어 한반도 문제로 미국에 각을 세우기 부담스러운 중국보다는 러시아를 '포스트 하노이' 대외 행보의 첫 상대로 택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 장세호 박사는 최근 발간한 이슈브리프 '김정은-푸틴 정상회담 가능성과 정책적 시사점'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앞둔 점을 고려할 때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만나 북한을 직접 지지·후원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여러모로 중국에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그동안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평화적 해결, 단계적·점진적 해법의 필요성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만큼 "우군이 절실한 북한에 러시아는 비핵화에 있어서 일괄타결 방식이 아니라 단계적·동시적 해법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나라"라는 게 장 박사의 견해다.
김현욱 교수는 "북한으로선 미국만 상대하자니 협상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대로 다자협의체로 방향을 틀려는 의도"라며 "중국은 무역 전쟁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으니,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자유로운 러시아에 먼저 손을 내미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나진·선봉, 러시아의 하산을 중심으로 북러 접경지역에서 경제교류를 할 수 있기를 북한이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러시아는 대북제재로 고전하는 북한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국가"라며 "러시아 당국이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현욱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에 제재를 풀어달라고 해도 러시아가 공식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없겠지만 그 입장은 중국도 마찬가지인 만큼 경제적 다변화를 모색하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러시아와 접촉면을 넓히는 것을 두고 북한이 자체적으로 만든 비핵화 로드맵을 중국과 러시아의 검증을 받아 추진하면서, 국제사회에 제재해제를 요구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일부 시설을 폐기하고 그에 대한 상응 조치를 받아내는 '북한식 비핵화'를 하고 싶은데 미국과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 차라리 중국·러시아와 함께 비핵화 진행하겠다는 복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계속해서 의심하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통해 국제무대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는 점을 설파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는 게 박 교수 설명이다.
아직 북한의 핵물질 생산과 핵무기 고도화를 합의를 통해 중단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이 같은 북미간의 엇박자 행보가 장기화하는 것은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이지 않다는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따라서 북미간의 접점 모색을 위한 대북 특사 파견 등 한국 정부의 '협상 촉진자' 행보도 바빠질지 주목된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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