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호주 방위협력강화 협상, 일 '사형제도'에 발목
'공무 외 군인 범죄시 상대국에 재판 우선권' 일 제안에 호주 난색
방위성 관계자, "3월말 타결 목표, 낙관 불허"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호주를 끌어들여 중국의 해양진출을 저지하려는 일본의 전략이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났다. 일본의 사형제도가 양국 방위협력강화 협상에 장애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본과 호주는 자위대와 호주군이 상대국에서 합동훈련을 하거나 체류시에 적용할 방문부대지위협정체결 협상을 벌이고 있다. 상대국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하거나 재난 발생시 상대국에 파견하는 군대의 법적처리 절차를 정하는 협상이다. 협정이 체결되면 출입국 절차가 간소화되고 상대국에 군용차량이나 전투기 등을 군 훈련장에 반입해 훈련에 활용하게 된다.
일본이 외국과 방문부대지위협정을 맺는건 처음이다. 방위협력을 강화해 중국의 해양진출을 저지하려는 양국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데 따른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토니 애벗 당시 호주 총리는 2014년7월 정상회담에서 협정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작년 11월에 열린 스콧 모리슨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올해 빠른 시기에 협상을 타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들어서도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이 호주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3월말 타결"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실제 협상은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1일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 측은 일본을 방문하는 호주군 관계자가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일본이 우선적으로 형사재판권을 갖되 호주에 파견된 자위대에 대해서는 호주가 우선재판권을 갖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사형제도를 폐지한 호주 측은 일본에 사형제도가 존속하고 있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명,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 체결한 지위협정은 미군이 공무 외에 저지를 범죄에 대한 재판권은 원칙적으로 일본이 갖는다. 외무성에 따르면 중대범죄의 경우 사형도 가능하다. 미국과 일본 모두 사형제도를 두고 있지만 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세계 국가의 3분의 2가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사형제도를 유지하는 국가는 소수파인 셈이다.
일본은 외국과의 첫 방문부대지위협정이 될 호주와의 협상에서 어떤 형태로든 예외를 인정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방위성 간부는 협상타결을 "낙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호주는 1985년 모든 주가 사형을 폐지했다. 사형집행도 1967년을 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호주 정부는 작년 6월 "사형은 인간의 존엄에 반한다. 종신형 보다 범죄방지에 효과적이라는 증거가 없다"며 국제사회에 사형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외교전략을 발표했다.
2015년 인도네시아에서 호주인 2명이 마약거래혐의로 사형판결을 받자 호주 국내에서 15만명이 감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호주 정부가 외국 정부에 호주인의 사형판결에 반발, 압력을 행사한 사례도 있다. 호주가 부대방문지위협정 협상 과정에서 형사재판권과 관련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는 이런배경이 있다.
호주 국방부 대변인은 이달 초 아사히 신문의 취재에 대해 "3월말까지 협정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협상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논평할 수 없다"며 형사재판권 문제에 대해서는 확인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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