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前 관료들, 中 시진핑에 도발…"반인류 범죄" ICC에 제소
두테르테 "가까운 양국 관계 유지될 것" 서둘러 진화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 전직 관료들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등이 남중국해에서 반인류 범죄를 저질렀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했다.
22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필리핀의 앨버트 델 로사리오 전 외무장관과 콘치타 카르피오 모랄레스 전 옴부즈맨사무소 최고책임자는 지난 13일 시 주석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자오진화 주필리핀 중국대사를 ICC에 제소했다. 필리핀의 ICC 탈퇴 4일 전이다.
로사리오 전 장관 등은 21일 성명에서 "시 주석 등은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조성해 대규모 환경파괴를 유발하고 32만여 명의 필리핀 어민을 포함해 수많은 어민의 어장 접근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대대적이고 영구적인 것에 가까운 환경파괴 가운데 하나일 뿐만 아니라 필리핀을 포함해 남중국해 연안 국가들의 식량·에너지 안보를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현재는 물론 미래 세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남중국해와 필리핀 영해에서 저지른 중국 관리들의 공개적이고 대대적인 비인도적 행위들은 아직 처벌받지 않았다"면서 "필리핀과 국제사회를 위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ICC뿐"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2012년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남중국해 리드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의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파나타그 암초)를 강제로 점거했다.
중국이 그러면서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자 필리핀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소, 2016년 7월 중국의 주장에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끌어냈다.
그러나 중국은 2013년부터 남중국해 곳곳에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 기지화해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대만, 브루나이 등 인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심화하고 있다. 또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치는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친(親) 중국 노선을 걷고 있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로사리오 전 장관 등의 ICC 제소 소식을 듣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ICC는 필리핀과 중국에 대한 사법권이 없다"면서 "필리핀이 민주국가여서 누구나 제소할 수 있다는 것을 중국이 이해하기 때문에 가까운 양국 관계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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