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일몰제] ⑤ 결국은 '돈'…천문학적 재원 마련이 관건
일선 지자체 역부족 호소 "예산 확보 사실상 불가능"
고육책 민간특례사업도 주춤…"매입비 50% 정부가 내라"
(전국종합=연합뉴스) 일몰제 적용에 따라 내년 7월 해제되는 전국의 공원용지를 원래대로 유지하거나 또는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결국 '돈'이다.
하지만 필요 예산의 규모가 지자체들이 부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상당수 공원 용지의 일몰제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자체들은 공원 용지 재분류 작업을 통해 꼭 필요한 곳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부족 재원 마련을 위해 지방채 발행, 민간사업, 토지은행 이용 등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지만 녹록하지 않다.
따라서 정부가 대대적인 재정적 지원 결정을 더는 미뤄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 '우선 필요' 예산만 32조원…지자체들 "확보 불가능"
내년 7월 지정 해제되는 전국 도시계획시설용지 703.3㎢ 중 396.7㎢(1천793건)가 도시공원 용지이다. 국내 전체 공원시설용지의 42.1%에 달한다.
정부는 해제 대상 공원시설 용지 중 3분의 1인 129.8㎢(올해 2월 기준)를 '우선관리지역'으로 선정, 우선 집행해 매입하거나 당초 지정 목적에 맞춰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선관리지역 매입을 위해서는 전국적으로 '32조8천억원' 이란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 상태다. 이중 7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사유지(39.6㎢) 매입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관건이다.
정부는 우선관리지역 공원 조성을 위해 5년간 지방채 이자를 최대 50% 지원하고, 지방채 발행 규모도 확대해 주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지만 지자체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원금도 아닌 이자만 지원하는 것은 '언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할 뿐 아니라 지방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것 역시 지자체에겐 큰 부담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경우 10년 이상 장기미집행 시설 102.3㎢(1만3천749곳) 중 공원시설 용지가 41.2㎢이다. 이 공원 용지를 모두 지정 목적대로 집행하는데 필요한 예산은 9조3천여억원으로 추산된다.
이 장기미집행 공원시설 용지 중 30.3㎢(243곳)가 내년 7월 자동 해제된다. 이를 자치단체가 사들이기 위해서는 당장 4조8천여억원이 필요하다.
자동해제까지 남은 1년3개월 안에 막대한 재원 마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도 관계자는 "각 시·군과 함께 다양한 재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하지만 도 및 시·군 재정 여건상 장기미집행 시설을 기간 내 모두 매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내년 7월 실효 대상 공원 용지가 14곳 66만㎡인 경기도 화성시 관계자도 "14곳을 개발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만 1천400억원에 달한다"며 "이를 시가 기간 내 확보한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털어놨다.
강원도도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 대상 191곳(1.7㎢)의 조성 사업에 약 2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한다.
◇ '묘안' 머리 싸맨 지자체들 "사유지 매입비 50%, 정부가 내라" 한목소리
때문에 일부 지자체는 고육책으로 돈이 덜 들어가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대표적으로 민간특례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경기도는 공원 조성 계획 전반에 대한 점검에 들어간 가운데 일부 용지의 경우 민간특례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다. 현재 도내 22개 공원이 이런 방식으로 조성사업을 추진했거나 추진 중이다.
민간특례사업은 민간업체가 공원 용지의 30% 이내에 아파트나 상가 등을 짓고 나머지 70%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생태연못, 숲 체험공간 등을 꾸며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이다.
인천시 3곳 등 전국적으로 대략 32.9㎢의 공원시설 용지가 이런 민간특례사업(총사업비 25조6천억원) 대상이며, 서울과 울산, 세종을 제외한 나머지 전국 모든 지역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경기도는 지역개발기금을 시·군에 저리로 빌려주고 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토록 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서울 1조2천600억원과 경기 4천억원 등 전국 일부 지자체는 부족한 관련 예산을 지방채로 충당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LH에 용지를 매입하도록 한 뒤 매입비용을 이자와 함께 수년에 걸쳐 분납하는 '토지은행' 방식을 검토하는 지자체도 있다.
이밖에 자체 기금을 만들어 공원 조성에 나서려는 지자체도 있고, 사유지 공원 용지를 임차하는 방안도 시행하는 지자체가 있다.
민간특례사업의 경우 "예산 확보가 안 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최선의 방안"이라는 찬성 의견이 있는 반면, "민간사업자의 배만 불리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반발도 적지 않아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지방채 발행 역시 채무비율 증가 등으로 지자체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고, 지역개발기금 융자 등 역시 빚인 만큼 한계가 있다는 것이 지자체들의 반응이다.
재정자립도가 약한 일선 자치단체는 "정부의 재정 투입만이 해결책"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전, 부산, 인천, 광주, 울산 등 5개 광역시는 지난해 4월 공원 부지 매입비용의 50%를 정부가 부담해달라고 요구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와 공원 조성을 위한 예산 확보 방안을 다각도로 협의하고 있다"며 "결국 지자체의 힘만으로 공원 용지의 일몰제 적용 대상 해소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재정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관계자도 "정부가 도시공원 용지매입에 국비를 50%만 지원해줘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했고, 다른 지자체 관계자들도 "정부가 사유지 매입비용을 절반 이상 지원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예산 확보에 한계를 느끼는 지자체 대부분이 정부의 정책적 결정과 조치만을 바라보는 형국이다.
(박재천 강종구 이상학 정윤덕 장영은 김광호 기자)
kw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