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도, 50대도 '취업경쟁'…현대차 협력사 채용박람회 '북적'
서울 필두 광주·대구·창원·울산 등 5개 도시서 순차 개최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협력사 채용박람회'. 구직자 허모(59) 씨는 채용공고를 꼼꼼히 살피며 상세한 정보를 노트에 빼곡히 채워 넣었다.
허씨는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왔다"면서도 "구직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체에서 품질관리 매니저로 일하다 지난해 3월 퇴직했다는 그는 이후 중국 전기차 업체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구직을 시도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악화하며 그마저도 무산됐다.
20일 개막한 이번 채용박람회는 고교와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취업준비생들은 물론 재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 구직자들이 대폭 늘어나며 지난해보다 한층 더 북적였다.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었다는 또 다른 50대 구직자는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 "나이 때문에 채용이 될 것 같지도 않지만 그래도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와봤다"고 말했다.
협력사 에스엘(SL)의 인사담당자도 작년과 달라진 점을 묻자 "중장년층 구직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재취업 희망자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한 박람회 참가자는 "아무래도 경력직 채용이 많다 보니 중장년층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1만㎡ 규모의 전시장에는 현대차그룹 1차 협력사 79곳을 비롯한 총 120곳의 협력사들이 부스를 마련했고, 그중 경력직을 모집하거나 '경력 우대' 조건을 붙인 곳이 많았다.
주최 측에서는 중장년층 참가자들이 늘어난 것 외에 가장 큰 변화로 '구직 의욕'을 꼽았다.
협력사인 인팩의 성영일 경영지원실장은 올해 참가자들에 대해 "작년보다 의욕이나 질적인 면에서 모두 우수하다"면서 "취업 시장이 각박하다 보니 구직자들도 보다 열정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은 고교생들도 박람회를 찾았다. 대전 유성생명과학고 3학년 학생 김기현(18) 군은 "오전에 한 곳에서 면접을 봤다"면서 "면접 연습 차원에서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박람회는 이날 서울을 시작으로 광주, 대구, 창원, 울산 등 5개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열린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박람회에 청년과 중장년 인재 2만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다.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인력 운용 방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대차는 정년퇴직하는 인원들이 있어 자연감소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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