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파워' 하킨스 "아들이 내 농구 원동력…우승 위해 뛰겠다"
여자농구 삼성생명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한몫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지난 17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는 경기 전 남자아이 하나가 코트를 누볐다.
슛 연습을 하는 용인 삼성생명 선수들에게 공을 전달해주고 때로 아산 우리은행 선수들 연습하는 데 가서 '교란 작전'도 펼친 이는 삼성생명 티아나 하킨스(28)의 만 3세 8개월 아들 이매뉴얼이다.
현재 여자프로농구 무대에서 유일한 '엄마 선수'인 하킨스는 20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들은 내가 계속 농구를 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하킨스는 미국 메릴랜드대 졸업 후 2013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드래프트 전체 6순위로 지명돼 워싱턴 미스틱스 등에서 뛰었다.
시즌 전 일찌감치 삼성생명과 계약했으나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될 뻔하다 몸이 회복되며 지난 1월말 뒤늦게 가세해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과 플레이오프 승리에 힘을 보탰다.
WNBA에는 아이를 낳고도 선수 생활을 하는 선수가 꽤 많다고는 하지만 국내에는 극히 드물다.
은퇴한 전주원과 허윤정이 대표적인 '엄마 선수'였는데 전주원조차 임신 사실을 안 직후에는 은퇴를 결심했었다.
운동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그만큼 힘든 탓이다.
하킨스는 "임신 후에 가족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했는데 난 아이와 운동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킨스는 "운동엔 휴식기가 있지만 육아엔 휴식기도 없다"며 결코 운동 못지 않은 엄마 노릇의 고됨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아들 덕분에 계속 뛸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출산 이전의 몸 상태를 회복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하킨스처럼 어린아이를 데리고 외국 리그 생활을 하는 건 특히 보통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하킨스가 KDB생명 소속으로 뛰던 2016-2017시즌에도 이미 한국생활을 경험한 이매뉴얼은 낯선 한국에서 매우 잘 적응하고 있다.
하킨스는 "삼성생명 선수들이 이매뉴얼을 E라고 부르며 매우 좋아해 주고 아들도 주위의 사랑을 즐기고 있다"며 "선수들을 친구라고 생각해서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친구 만나러 간다'고 좋아한다"고 전했다.
선수들을 매우 잘 따르는 이매뉴얼은 17일 경기 이후 통역 류해림 씨에게 안겨 김한별의 기자회견에 따라오기도 했다.
이매뉴얼도 김한별을 좋아하지만 하킨스에게도 김한별은 매우 든든한 팀 동료다.
하킨스는 "여러모로 충고도 많이 해주고 감독님의 의도도 정확하게 파악해 숨은 의미까지 전달해준다"고 고마워했다.
하킨스는 삼성생명에 합류한 이후 정규리그 12경기를 뛰며 평균 15.9점에 리바운드 9.8개를 기록했다. 국내 선수들의 조화가 뛰어난 삼성생명이지만 하킨스의 가세는 팀을 더 단단하게 했다.
임근배 감독도 하킨스에 대해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것을 알고 데려왔는데 잘해주고 있다"며 "하킨스 덕분에 배혜윤 등 국내 선수들도 살아났다"고 칭찬했다.
경기에 대한 하킨스의 열정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예기치 못한 큰 실수로 이어지기도 했다.
4쿼터 후반 삼성생명의 수비 상황에서 심판의 휘슬이 불리자 4반칙인 하킨스는 크게 화를 내는 제스처를 취했다. 사실 반칙을 범한 건 하킨스가 아니라 역시 4반칙이었던 박하나였지만 하킨스도 항의 동작으로 테크니컬 파울을 받으며 함께 퇴장하게 됐다.
삼성생명에겐 큰 위기였는데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 결국 승리를 따냈다.
하킨스는 당시를 회상하며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는데 팀을 돕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게 돼 정말 화가 났었다"며 "심판 콜이 어땠든지 간에 스스로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날 승리 후 누구보다도 기뻐하며 코트로 달려나갔던 하킨스는 "하지 말아야 할 멍청한 실수로 팀을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해 많이 화가 났는데 팀이 잘해줘서 정말 기뻤다"고 돌아봤다.
우리은행이라는 거함을 침몰시켰지만 하킨스와 삼성생명에겐 청주 KB와의 챔피언결정전이 남아있다.
대학 시절 이후 우승이 없다는 하킨스는 "KB는 정말 좋은 팀이다. 전쟁 같은 경기가 될 것 같다"며 "정말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최대한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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