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으로 화재 현장 뛰어든 경찰관…쓰러진 시민 구조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살려주세요"
20일 오전 5시 10분께 숨이 가쁜 소리와 함께 희미한 목소리로 구조를 요청하는 A(23)씨의 신고가 112상황실로 들어왔다.
A씨는 의식을 잃어가는 듯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살려달라는 말만 반복하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112상황실이 휴대전화 기지국 위치를 찾아 출동 지령을 내린 장소에서 가까이 있었던 광주 남부경찰서 양림파출소 소속 강도식(51) 경위와 강종훈(41) 경사는 곧바로 신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통화는 연결됐지만 A씨는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인 듯했다.
30초간 이어진 짧은 통화에서 관내에 위치한 한 술집 이름을 들은 이들은 지체 없이 현장으로 달려갔다.
2분 만에 신고 장소에 도착한 강 경위 등은 4층짜리 상가 건물 지하 1층에서 검은색 연기가 가득 올라오는 것을 목격했다.
순찰차에 준비해둔 대형 손전등을 지하 계단 쪽으로 비추자 사람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한 강 경위와 강 경사는 소방당국에 정확한 위치를 알린 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시커먼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미세먼지에 대비해 준비해둔 일반 마스크와 순찰복만 걸친 채 였다.
다행히 A씨를 안전하게 구조한 강 경위 등은 또 다른 사람이 건물 안에 있는지 확인했다.그사이 의식을 되찾은 A씨로부터 이 건물 4층에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순찰차 싸이렌 소리를 크게 울려 잠을 자고 있던 40대 부부를 대피시켰다.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진 A씨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경사는 "아무런 장비 없이 연기 속으로 들어간다는 게 위험하고 겁도 나는 상황이었지만 동료가 함께 있어 용기를 얻었다"며 "경찰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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