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하면 '짝'…트럼프와 '브라질 트럼프' 죽이 척척(종합)
두 정상 이름적힌 축구 유니폼 교환…트럼프 '브라질 나토 가입' 언급
보우소나르 "트럼프 재선 확신"…가짜뉴스 등 대응에도 동조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한 자리에서 만났다. 예상대로 죽이 척척 맞은 두 사람은 서로를 칭찬하기에 바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을 방문한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브라질 정상회담 자리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두 정상은 상대방의 이름이 적힌 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교환하는 등 한껏 '친밀함'을 과시했다.
극우 사회자유당 소속의 '아웃사이더' 정치인으로 지난해 10월 대선에서 포퓰리즘 열풍을 등에 업고 돌풍을 일으키며 당선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의 트럼프', '남미의 트럼프'로 불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롤모델'로 삼아왔으며 자신을 '트럼프 숭배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AP통신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난해 염치없을 정도로 친(親)미·친(親)트럼프 노선을 표방한 선거운동을 벌였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목소리 톤과 스타일까지 모방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이날 백악관 오벌 오피스(집무실)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면서 상대방의 이름이 적힌 축구 유니폼을 서로 선물로 맞교환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등 번호 '19번' 위에 '보우소나루' 이름을 새긴 미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흰색 유니폼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이 '축구의 나라'인 점을 들어 "브라질은 위대한 축구 강대국"이라며 "브라질에는 위대한 선수들이 있다. 나는 여전히 펠레, 그리고 그 외 다른 많은 선수를 기억한다. 따라서 우리는 유니폼을 교환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펠레의 등 번호인 '10번' 위에 '트럼프'라는 이름이 적힌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노란색 유니폼을 선물로 꺼내 전달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라는 상징을 담은 것이라고 전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선거운동 중 하나'라고 치켜세우면서, 그의 대선이 자신의 2016년 대선 승리에 비교된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환상적인 업무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칭찬에 보우소나루 대통령도 화답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재선에 성공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보우소나루는 정상회담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에 쏙 드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자유를 보장하고 전통적인 삶의 방식과 우리의 창조주인 하느님을 존중하며, '성 이념'(gender ideology)과 '정치적 올바름'(politically correct), 가짜뉴스에 맞서는데 양국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트럼프가 반감을 보인 페미니즘과 정치적 올바름, 가짜뉴스를 거론하며 양국이 함께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가짜뉴스'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며 맞장구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라질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특전'을 부여하는 방안에 대해 "우리는 그것을 매우 강력히 살펴보고 있으며 매우 그렇게 하고 싶다"며 "지금 미국과 브라질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다른 대통령들 시절에는 적대감이 컸지만, 적대감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토가 될는지 아니면 동맹과 관련된 (다른) 무언가가 될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우리는 브라질과 매우 훌륭한 동맹 관계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역도 이렇게 좋은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좌파 정권이 집권한 베네수엘라의 혼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북미와 남미의 우파 지도자가 의기투합한 데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다.
양국은 베네수엘라 위기를 지속해서 비판해왔으며, 베네수엘라 군부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중단할 것을 촉구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 브라질이 군사적 행동에 연루되길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베네수엘라와 관련해서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여운을 남기고 질문이 계속되자 "우리는 그 부분에 대해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오늘 논의하려고 한다"고 비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나토 문제와 관련, 브라질의 나토 가입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는 "나는 브라질을 주요 비(非) 나토 동맹국 또는 어쩌면 나토 동맹국으로 지정할 생각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그는 "여러 사람에게 이야기해봐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무된 분위기 속에 한참 더 나아가며 많은 사람이 놀랄 정도로 외교적, 지리적 가능성을 확장했다"며 남미에 위치한 나라가 NATO 가입된 전례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친 트럼프 행보에 브라질 여론이 호의적이지만은 않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NYT는 "미국인의 비자를 면제해주고 우리 위성 발사기지를 사용하게 해준 대가로 대통령은 트럼프 야구 모자를 얻어서 돌아올 것"이라고 비꼰 현지 매체의 비판을 소개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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