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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태국 총선 D-4 열기 고조…최대 쟁점은 '경제 vs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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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태국 총선 D-4 열기 고조…최대 쟁점은 '경제 vs 안정'
야당 지지자 "경제정책 제일 중요"…군부 지지자 "안정이 먼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8년 만에 치러지는 3·24 태국 총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방콕 시내는 은근한 총선의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투표일을 닷새 앞둔 지난 19일 기자가 방문한 방콕 시내 중심가 수쿰윗 거리에는 후보자들 포스터가 인도를 메우듯 늘어서 총선이 다가왔음을 알렸다. 다만 한국과 같은 시끌벅적한 차량유세는 없었다.
외관상 조용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막상 이야기를 나눠본 태국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적극적이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투표율 90% 이상이 전망되고, 지난 17일 사전투표 역시 폭염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길게 줄을 선 장면이 여러 곳에서 연출된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카린위롯 대학교 인근의 화요 시장으로 향했다. 이 대학 학생들은 물론 주변 회사원들과 가정주부 등이 많이 찾는 곳이다.
친구들을 기다리던 짜루나(54·회사중역)씨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24일에 한 표를 행사하겠다면서 최근 젊은 층에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퓨처포워드당을 스스럼없이 말했다.
다른 정당들에 비교해 정책에 많은 신경을 쓰고, 무엇보다 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당이라고 본다는 게 이유였다.
퓨처포워드당 총재 타나톤 중룽레앙낏이 타이 서밋 그룹 부회장 출신의 억만장자라는 점을 유권자들은 경제 문제 해결 능력과 연결 짓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대학 학생인 엄(20), 쩐(20)씨도 투표 기준으로 경제 정책을 가장 먼저 본다고 말했다.
엄씨는 "부모님이 아직은 저를 뒷바라지해주셔야 하는데 지금보다 경제가 더 어려우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직원이라는 위라이락(30)씨는 뉴 이코노미당에 사전투표를 했다면서, 이 당 총재가 어려운 경제 정책을 쉽게 알아듣게 설명해줘 믿음이 갔다고 밝혔다.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앤(가명·24)씨 역시 첫손에 꼽은 건 '경제'였다. 쁘라윳 군부 정권 5년간 발전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과거 추안 릭파이부터 아피싯 웨차치와 전 총리까지 민주당 정권이 경제는 잘했다고 추켜세웠다.
현재 태국 야당은 군부 집권 5년간 경제가 악화했다고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인근 쇼핑몰 지하 식당 내 과일주스 판매대에서 근무하는 티다랏(가명·52)씨는 탁신계 정당 푸어타이당 지지자였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지지세가 강한 북부 출신으로 방콕에 거주한 지 오래됐다는 그는 푸어타이당을 지지하는 이유를 묻자 "탁신 정부 때 힘든 사람들에게 특히 도움이 됐고 실제로 결과도 보여줬던 정당이라 선거에서 또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그는 모든 가족이 푸어타이당에 표를 던질 거라고 했다.
탁신 전 총리는 재임 시절 서민을 위한 복지 및 경제 정책을 펼쳐 농촌 및 도심 저소득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쿠데타로 실각한 뒤 부패 혐의를 받자 해외로 도피했음에도 여전히 강력한 지지세력인 '레드셔츠'들이 버티고 있다.
현역 징집관으로 근무 중인 솜차이(가명·59)씨는 그러나 탁신 전 총리는 법적으로 범죄자인 만큼, 지지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2011년 조기 총선에서는 탁신을 지지했다는 그는 이제는 안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솜차이씨는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오래전부터 우리는 빨간 편(레드셔츠)과 노란 편(옐로셔츠·기득권층 상징)로 나뉘어 싸웠다. 한쪽이 선거에서 이기면 다른 쪽이 항의해 의회를 해산시키는 것이 반복돼왔다"면서 "그 중간인 군부 정권이 집권하면 예전처럼 복잡하고 갈등을 겪는 상황을 일으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선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차기 총리 문제는 지지 정파에 따라 입장이 극명히 갈렸다.
야당을 지지한다고 밝힌 이 날 응답자들은 모두 재집권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솜차이씨만이 쁘라윳 총리가 재집권하면 국가가 안정을 이룰 것 같다고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쁘라윳 총리 지지 여부와는 별개로 그가 재집권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반대론자들도 높게 봤다. 그러면서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온다면 인정해야 한다"는 언급도 적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부터 총리 선출에 참여하는 상원의원 250명을 군부가 전원 지명하기 때문에 쁘라윳 총리가 매우 유리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 듯한 반응이 많았다.
"경제냐, 안정이냐". 8년 만에 맞는 총선에서 태국 유권자들이 쥔 표는 두 단어의 중간에서 흔들리고 있다.
(취재보조 : 수타나)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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