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한국에 감사패…식량 수혜국서 공여국 된 유일한 나라"
이개호 농림장관, 로마 찾아 WFP·FAO 수장 면담…FAO 협력연락사무소 설립 협정
"국제기구 내 한국인 고위직 진출 확대 위한 협조도 요청"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식량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세계 유일의 나라인 한국을 높이 평가하면서, 우리 정부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9일 로마 시내에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전날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으로부터 WFP의 식량원조 사업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받은 사실을 소개하면서, 이에 대한 감회 등을 밝혔다.
한국은 작년에 WFP와 식량원조 업무협약을 맺고 예멘, 시리아 등 내전과 기아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에 연간 460억원 상당에 해당하는 한국쌀 5만t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장관은 "식량을 지원받는 수혜국에서 빈국과 개발도상국에 식량을 공여하는 나라로 탈바꿈한 나라는 지금까지 한국이 세계 최초이자 유일하다"면서 "국민을 대표해 WFP로부터 감사패를 받을 때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전남 담양이 고향인 이 장관은 "어린 시절 동네에 저수지를 만드는 사업에 참여하면 WFP에서 지원하는 식량을 지급받은 기억이 있다. 또한, 학교 급식으로 WFP에서 주는 밀가루, 옥수수죽 등이 나오기도 했다"고 회상하면서 "이런 역사를 뒤로 하고, 우리가 원조를 할 수 있는 나라가 됐고, 이를 국제 사회로부터 인정받은 것은 국민적 영광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1984년까지는 WFP로부터 식량 지원, 홍수 통제, 도로 건설 등의 총 23개 사업에 걸쳐 1억450만 달러 상당의 지원을 받았으나, 현재 WFP 상위 공여 국가 20위 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비슬리 사무총장도 이날 면담에서 도움을 받았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은 WFP 회원국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라고 칭찬하면서 "WFP의 지원을 받던 한국이 눈부신 농업 발전을 이뤄 거꾸로 다른 나라를 지원하는 국가로 변모한 것에 WFP 역시 무한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한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식량지원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치면서, 한국의 지원 확대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개호 장관은 이와 관련, "아직 한국의 국력이나 국제사회의 위상에 비해서는 식량지원 규모가 적은 게 사실"이라면서 "정부 관계 부처와 협의해 추후 식량 지원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한국 쌀의 품질이 특히 세계적인 수준이라서 지원받는 나라의 국민도 무척 좋아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전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수장인 호세 그라치아노 다 실바 사무총장과도 면담하고 FAO 한국 협력연락사무소(이하 한국사무소) 설립 협정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사무소가 이달 중 사무소장과 직원 선발 등의 준비를 거쳐 오는 5월에 개소할 수 있게 됐다.
현재 FAO 협력연락사무소가 위치한 나라는 멕시코 등 6개국이다. 한국사무소는 향후 우리나라와 FAO 간 연락 및 교류, 식량안보·빈곤퇴치를 위한 공동 협력사업,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험·기술전수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이 장관은 "한국사무소는 소장을 비롯한 정식 직원 4명과 국내 농업 관련 기관에서 파견된 인력 등 10명 안팎으로 꾸려질 예정"이라면서 "물리적인 규모는 크지 않지만, 우리가 그동안 축적한 농업 발전 경험을 개도국과 공유하는 전진 기지가 된다는 점에서 큰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오는 5월 13일로 예정된 한국사무소 개소식에는 FAO, WFP 수장뿐 아니라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사무총장 등 유엔 산하 세계 3대 농업기구 수장이 나란히 참석한다.
이 장관은 또한 이번 로마 방문 길에 FAO와 WFP에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국제기구 진출 확대를 위한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FAO, WFP에 한국인 직원의 고위직 진출 확대를 위해 협조해 달라는 뜻도 전달했다.
이 장관은 "그동안 정부가 국제기구의 한국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덕분에 불과 5년 전만 해도 모두 합쳐 한 자릿 수에 불과하던 식량 관련 유엔 기구의 한국인 직원 수가 현재 약 20명에 육박할 정도로 늘었다"면서도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하위직에 집중돼 해당 기구에서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질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이제 고위직 진출 확대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FAO, WFP 사무총장과의 면담 때 고위직에 응모한 한국 인력의 채용을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한편, 한국은 올초 WFP의 집행이사국으로 선임돼 향후 3년 간 WFP의 예산집행, 사업계획 승인에 참여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에 관여할 수 있게 됐다.
이 장관은 "한국 농업이 그동안 받았던 혜택을 세계 각국에게 돌려주고, 농업 발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FAO와 WFP도 한국의 스마트농업, 조류독감(AI) 대응 방안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잘 살려 농업 강국으로서의 우리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도록 부처 차원에서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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