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시비 끝' 패싸움한 전주 양대 조폭…2차충돌까지
(전주=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 "내가 너희 말고 다른 조직폭력배 잘 아는데…."
A(여)씨는 지난해 4월 17일 새벽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의 한 술집에서 일행과 내기를 하다가 진 뒤 벌칙으로 옆 테이블에서 술을 받아 오려다 욕설을 듣고서 이런 생각을 했다.
옆 테이블 손님들은 전주의 대표적인 조직폭력배인 N파 조직원들이었는데 욕설에 분개한 A씨는 곧바로 평소 알고 지내던 전주 W파 조폭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일렀다.
이 사소한 시비는 전주 양대 조폭들의 패싸움으로 이어졌다.
소집된 W파 5명과 N파 9명은 주점에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들고 와 자존심을 걸고 '한 판'을 벌였고 술집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
패싸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양 조폭은 이날 오후 11시께 전주시 우아동의 으슥한 곳에서 또다시 일전을 벌였다.
규칙은 '1대1 대결'.
새벽에 발생한 집단폭력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리려고 각파에서 2명씩을 선발해 1대1로 서로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과 욕설이 오가는 무법천지의 1시간이었다.
지는 쪽이 '항복'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전북경찰청 제공]
경찰은 처음 시민 신고로 단순 폭행과 재물손괴 사건으로 접수했으나 다양한 범죄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조직폭력 사건으로 파악, 수사를 확대해 이들을 검거했다.
전주지검과 전주 완산경찰서는 이들을 비롯해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폭력사건에 연루된 전주 조직폭력배 3개 파 33명을 검거하고 2명을 추적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검찰은 33명 모두를 구속기소 했다.
이 중 29명은 징역 1년 6개월에서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4명은 1심 재판 중이다.
이들의 전과를 합하면 370여개에 달했다.
조폭들은 '선배 말에 무조건 복종한다', '선배에게는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묻지 않는다', '선배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선배 알기를 하늘같이 안다', '직계 선배는 허리를 45도로 굽혀 인사하고 차상급자에게는 90도로 숙여 인사하고 예의를 갖춘다' 등의 행동강령을 만들고 범행을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이 다양한 범죄정보를 수집하고 피의자 신병확보와 증거분석을 진행해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검·경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민생침해 범죄인 조폭 범죄를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sollens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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