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공익위원 1명 사퇴… '경영계 입장 반영 초안' 논란
노사관계 개선위 소속 사용자 추천 권혁 교수, 사의 표명하고 불참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에 사용자 추천으로 참여해온 공익위원 1명이 사실상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경사노위에 따르면 노사관계 개선위 소속 공익위원인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월 말 사의를 표명하고 위원회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권 교수는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노사관계 개선위의 사용자 추천 공익위원이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이를 위한 국내 노동관계법 개정 문제를 논의하는 의제별 위원회로, 근로자위원 2명, 사용자위원 2명, 정부위원 1명, 간사 1명, 위원장을 포함한 공익위원 8명 등 모두 14명으로 구성됐다.
권혁 교수와 김희성 교수는 지난 1월 25일 노사관계 개선위 전체회의에서 경영계 요구를 반영한 공익위원 권고안 초안을 제시해 논란이 됐다.
노사관계 개선위는 작년 11월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을 포함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발표하고 경영계 요구에 따라 단체교섭과 쟁의행위에 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권 교수와 김 교수의 초안에는 노조가 파업할 경우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 처벌 폐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 등 경영계 요구가 그대로 담겼다.
초안은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하고 일시적으로 경사노위 회의에 불참했다.
문제는 노동계 일각에서 사용자 추천 공익위원 초안이 마치 전체 공익위원의 초안인 것처럼 호도해 노동계의 반발을 자극했다는 점이다.
특히,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경사노위 참여 안건이 상정되는 정기 대의원대회를 불과 사흘 앞둔 민감한 시점에 일부 단체는 경사노위 참여 반대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초안을 활용했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권 교수와 김 교수는 사의를 표명했다. 김 교수는 곧 회의에 복귀했으나 권 교수는 계속 불참했다. 경사노위는 아직 권 교수의 사의를 수락하지는 않았으나 새로운 공익위원 위촉을 포함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사노위 안팎에서는 권 교수와 김 교수에 대한 비난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제시한 초안은 공익위원 전체의 입장 조율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경영계 요구를 정리한 것으로, 말 그대로 초안일 뿐이라는 것이다.
노·사 양측 공익위원이 각각 초안을 내놓고 입장을 좁혀가는 식으로 논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용자 추천 공익위원 초안이 경영계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을 비난하기는 어렵다는 게 경사노위 안팎의 시각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거센 비난의 대상이 된 권 교수와 김 교수는 주변에 심적 부담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양측이 치열한 기 싸움을 하는 사회적 대화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어느 한쪽이 논의 내용을 외부에 흘려 여론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
경사노위는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려 사회적 대화를 위기에 빠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은 지난 11일 3차 본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ILO 협약 비준 논의와 관련해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관해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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