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버닝썬발 위기' 직면…답은 유착의혹 신속 규명뿐
잇단 의혹에 수사 신뢰도 '흔들'…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 대형 악재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버닝썬' 등 유명 클럽과 연예인들의 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조직 구성원들에 대한 수사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제기된 여러 의혹 중 경찰관들과 업소·연예인 간 유착비리가 중요한 한 축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는 버닝썬 등 유명 클럽 내 마약류 유통, 마약류를 이용한 불법촬영과 성폭행 등 성범죄, 그룹 빅뱅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의 성접대, 가수 정준영(30)씨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촬영·유포, 이와 관련된 경찰과 업소 간 유착 등 많은 의혹을 다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를 중심으로 지능범죄수사대, 사이버수사대 등에서 내로라하는 수사 전문인력이 126명이나 달라붙어 가히 '매머드급'이라 할 만한 수사팀이 꾸려졌다.
수사팀 규모만 봐도 "경찰이 명운을 걸었다"는 민갑룡 경찰청장의 말이 허언은 아닌 듯하지만, 진행되는 상황은 경찰에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
유명 클럽과 관련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 대응이 석연찮았다는 의혹이 초반부터 불거졌고, 전직 경찰관이 버닝썬 관련 사건을 무마하고자 경찰에 돈을 전달했다는 유착 고리로 지목되기도 했다. 실제로 관련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의혹은 커졌다.
유명 연예인들이 음담패설을 쏟아내며 불법촬영으로 의심되는 동영상까지 공유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단톡방)에서 '경찰총장'이 마치 든든한 '백'처럼 거론됐다. 연예인의 음주운전 적발 보도를 막는 데 경찰이 관여했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도 나왔다.
사안 자체가 지극히 선정적이어서 주목도가 높은 가운데, 이같은 불법행위 이면에 경찰과 유착이 있었다는 의혹이 더해져 경찰에는 자칫 치명타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의혹 당사자인 경찰에 수사를 계속 맡기는 것이 옳은가'라는 문제제기도 끊이지 않는다.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려면 유착 의혹을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는 '경찰총장'이라는 인물은 경찰청장 등 최고위직이 아니라 전국에 수백명이나 되는 총경급 경찰관이고, 경찰과 버닝썬 간 유착 고리로 지목된 전직 경찰관 강모씨로부터 경찰관들이 실제로 돈을 받았는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해당 총경에 대해서는 지난 15일에야 참고인 조사가 이뤄졌고, 강씨에 대한 수사에서는 그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데다 돈이 전달됐다는 증거도 마땅히 나오지 않아 경찰관들의 금품수수를 밝히는 데까지 수사가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급기야 승리의 성접대와 정준영씨의 동영상 관련 제보를 접수한 국민권익위원회가 '경찰 유착 정황'을 이유로 사건을 경찰이 아닌 검찰에 이첩해 경찰은 또 한 번 체면을 구겼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이라는 역사적 국면에 선 경찰이 수사의 신뢰성 자체를 의심받는 상황은 수사권 조정에도 이로울 리 없다. 실제로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수사권 조정을 거론하며 경찰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결국 경찰이 난국을 타개하고 수사 신뢰를 얻으려면 이른 시일 안에 경찰관들의 유착 의혹을 명확히 규명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조직원들의 비위에 냉정하게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조직임을 입증해야 공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착 의혹 수사가 계속 지지부진하거나 명확한 결론을 얻지 못한다면 경찰이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해도 여론이 납득하지 않으려 들 가능성이 크다. 사건 송치 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비위가 발견되기라도 하면 경찰은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 경찰관은 "경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너무 크고, 버닝썬 등과 관련해 벌어진 모든 범죄가 경찰이 뒤를 봐줬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며 "이래서야 수사 결과를 발표해도 여론이 곧이곧대로 믿어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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