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對美협상권한 위임안 부결…EU·美 무역협상 난항?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의회가 14일 미국과의 무역협상 착수에 대한 협상 권한을 유럽연합(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에 위임하자는 의안을 부결했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협상을 추진하려던 집행위의 노력이 예상 밖의 타격을 입게 됨에 따라 미국과 EU 간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이 작년 상반기에 EU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뒤 무역갈등이 고조되자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작년 7월 말 백악관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세 철폐를 위한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양측은 협상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 부과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통상압박을 가해오자 EU 집행위는 유럽의회의 지지를 받아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협상 권한 위임을 추진해왔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13일 "이번 의안은 EU 기구 간의 통합을 보여주는 것으로, 통합은 EU의 강점"이라며 유럽의회에 이 의안을 채택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유럽의회는 이날 표결에서 찬성 198표, 반대 223표, 기권 37표로 안건을 부결 처리했다.
EU는 제한된 영역에 한해서라도 미국과 협상을 하게 되면 무역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왔다.
특히 미국과 자동차 관세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독일은 미국과의 통상협상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와 벨기에 등 일부 국가는 미국과의 통상협상이 시작될 경우 미국이 농산물 분야에 대한 협상도 요구함으로써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의안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협상이 타결되면 유럽의회가 이를 비준 동의해야 효력을 갖게 된다.
유럽의회의 지지를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집행위는 EU 회원국을 대표하는 EU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미국과의 통상협상에 착수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이사회의 논의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과 EU 간 무역협상이 시작되더라도 협상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EU는 공산품에 한해 관세면제 문제를 논의하려는 반면에 미국은 EU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농산물을 포함해 광범위한 영역의 관세문제를 다루자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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