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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오름처럼 쌓이고 땅 속에 박힌 쓰레기로 포화한 청정제주 속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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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오름처럼 쌓이고 땅 속에 박힌 쓰레기로 포화한 청정제주 속살
도내 주요 쓰레기매립장 대부분 용량 초과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14일 오전 제주시 회천동 회천쓰레기매립장.
양쪽으로 앙상한 나무만 반기는 도로에는 쓰레기를 실은 차량 2~3대가 오고 가고 있다.
출입 초소를 지나 쓰레기 수거 차량을 따라 경사진 도로에 들어서자 전망이 탁 트였다.
가장 높은 지대에 올라가자 제주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눈 쌓인 한라산과 이름 모를 오름도 멀리서 반긴다.
멀리 둔 시선을 가까이 돌리자 밟고 있는 땅마저도 심상치 않다. 모래흙이 휘날리는 땅에는 깨진 유리와 갈기갈기 찢어진 플라스틱 투성이다.
제주시내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믿을 수 없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하얀 비닐을 두른 압축 쓰레기 뭉치가 켜켜이 쌓여 있다. 무늬만 '고형폐기물 연료'다.
제주시는 당초 생활폐기물이나 폐합성섬유, 폐타이어 등을 분쇄, 가연성 물질만 걸러내 연료로 만드는 계획을 세웠지만, 재활용품 수거가 녹록지 않자 '고형폐기물 연료'라는 용어를 '압축포장폐기물'로 대신하고 이를 도 외로 내보내고 있다.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게 쌓인 압축 쓰레기 위로는 먹을 것을 찾는 까마귀 수백 마리가 무리를 지어 요란을 떤다.
가까이 다가가자 거대한 각설탕 같던 압축 쓰레기 뭉치는 이내 흉물스러운 실체를 드러낸다.
까마귀가 헤집어 놔 이리저리 터진 하얀 비닐 사이로 각종 페트병과 폐비닐이 뒤섞여 있다.
터진 비닐 사이로 튀어나온 쓰레기는 바람이 불면서 주변으로 날리기도 한다.

차를 타고 1분도 안 걸리는 옆 매립장으로 이동하자 입구에 들어서기도 전에 코를 찌르던 악취는 이내 숨도 못 쉴 지경까지 이른다. 코를 막아도 새어드는 악취로 구역질이 난다.
깊게 파인 땅 아래 음식물 쓰레기부터 플라스틱, 마대 자루 포대까지 각종 쓰레기가 땅 아래는 물론 양옆까지 촘촘하게 박혀있다. 하늘 위를 날아다니던 까마귀는 파인 땅 가장 아래까지 내려가 먹이를 찾는다.
직사각형으로 깊게 파인 땅은 '관'을 연상케 한다. 쓰레기 무덤이다.
다시 경사로를 따라 매립장 가장 아래 지대로 내려가자 하얀 비닐 옷을 벗은 압축 쓰레기 뭉치가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벌거벗은 압축 쓰레기 뭉치 옆으로는 폐플라스틱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다. 재활용품 선별장 내부로 들어가면 폐플라스틱이 오름처럼 쌓여 있다.

이런 상황은 회천쓰레기매립장 옆 제주북부광역관리센터 상황도 마찬가지다.
소각장인 이곳에는 회천매립장에서 매립되지 못한 소각재가 한 아름이다. 센터 한편에는 어김없이 압축 쓰레기 뭉치가 차곡차곡 쌓인 채 벽을 이루고 있다.
제주시 회천쓰레기매립장의 매립률은 지난해 기준 99.9%로, 제주도는 올해 들어 매립 용량을 초과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다른 매립장도 비슷한 상황으로 지난해 기준 도내 주요 매립장 매립률은 제주시 한림읍 서부매립장 101.6%, 제주시 구좌읍 동부매립장 98.9%, 서귀포시 색달동 색달매립장 94.6% 등으로 포화상태에 다다르거나 이미 용량을 넘어섰다.
유일한 해결책은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들어서는 제주환경순환센터다. 준공 시 쓰레기 총 200만㎡를 매립하고, 하루 500㎡를 소각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게 된다. 현재 쓰레기 처리시설 전체 6개 구역 중 2개 구역은 완공됐고, 나머지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회천쓰레기매립장이 포화하면서 이르면 오는 4월부터 제주환경순환센터 매립 시설 중 조기 준공된 구역에서 쓰레기를 처리할 방침"이라며 "제주환경순환센터 쓰레기 처리 시설이 올해 내 모두 완공돼 제대로 가동된다면 쓰레기 처리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dragon.m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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