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권보고서, 골란고원 '이스라엘 점령' 표현 삭제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이 연례 인권 보고서에서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점령' 지역으로 기술치 않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AFP와 로이터 통신이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국무부가 이날 발표한 인권 보고서는 골란고원을 언급하면서 지난해의 보고서와 달리 '이스라엘 점령' 지역이 아닌, '이스라엘 관할' 지역으로 기술하고 있다.
또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 등 팔레스타인 자치 지역을 다룬 별도 항목에서도 '피점령'이라는 표현이 누락돼 있는 것도 지난해 보고서와는 달라진 점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6일 전쟁에서 시리아의 영토였던 골란고원을 차지하고 1981년 이를 사실상 합병했다. 하지만 유엔은 결의안 채택을 통해 '피점령 지역으로 간주했고 지금까지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 영토의 일부로 인정 받지 못하는 상태다.
미 국무부의 고위 관계자는 보고서의 기술이 달라진 데 대해 미국의 입장이나 정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보고서는 법적 지위가 아닌, 인권 사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미묘한 변화는 이스라엘 정부가 골란 고원에 대한 주권을 인정받으려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는 시점에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달 하순 미국을 방문해 친이스라엘 로비단체가 마련한 행사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언론들에 따르면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회담할 예정이며 골란고원 승인도 의제에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의 영토임을 공식으로 수용한다면 부패 의혹에 직면한 네탸나후 총리는 다음달 9일 있을 총선에서 유리한 입장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동조하는 공화당의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의원은 지난 11일 네타냐후 총리와 함께 골란고원을 시찰하는 자리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주권을 승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인권보고서에서 골란 고원과 함께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 지구에 대한 기술이 바뀐 데 대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측은 즉각 반발했다.
나빌 아부 루데이네 자치 정부 수반 대변인은 팔레스타인에 반하는 기존 접근방식의 연장으로, 모든 국제적 결의의 합법성에 거역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 지역에 대해 미국이 새로 붙인 '딱지'가 유엔 결의와 국제법상 점령지라는 현실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논평하고 골란고원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jsmo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