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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6차례나 약속"…폼페이오 '행동' 압박하며 다시 전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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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6차례나 약속"…폼페이오 '행동' 압박하며 다시 전면에
텍사스 5개 방송사와 연쇄인터뷰서 '비핵화 약속' 반복…빅딜 일괄타결론 대오 합류
유엔제재보고서 나온 날 제재 입장도 재확인…북미 '포스트 하노이' 기싸움 가열
볼턴 비해 강경 언사는 자제, 후속 협상 염두 역할분담 유지?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포스트 하노이' 국면에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게 '마이크'를 넘기고 뒷전에 물러나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2일(현지시간) 다시 전면에 나섰다.
지난 4일 "향후 수주 내에 평양에 팀을 보내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대화의 손짓을 보낸 것을 끝으로 정중동 행보에 들어간 지 8일 만이다. 그 사이 미사일 발사장 복구 움직임이 포착된 '동창리 국면'에서는 슈퍼매파 볼턴 보좌관이 전면에 등장, 대북 압박 메시지를 잇달아 발신하며 스피커 역할을 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북한을 향해 작심한 듯 꺼내든 메시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라는 것이다. 그는 북핵 문제가 미국과 전 세계에 대한 '위협'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때 만지작거리던 '단계적 비핵화론'을 접고 '일괄타결식 빅딜론'으로 좌표를 재설정한 상황에서 북미협상의 총괄역인 폼페이오 장관도 비핵화 약속의 이행을 촉구하며 북한을 향한 '단일대오'에 합류한 것으로 보여진다. 전날 실무협상 미측 대표인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점진적 비핵화 추진은 없다'고 못박은데 이은 것이다.
공교롭게 이날은 유엔 대북제재의 이행을 감시하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가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온전'(remain intact)하며 북한이 선박 간 이전 방식으로 금수품목을 불법거래하는 등 제재위반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는 연례보고서를 펴낸 날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창리발(發) 이상징후 파문 속에 제재·압박의 지렛대를 다시 꺼내 들며 전방위적으로 '빅딜'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측의 실제 행동을 견인하기 위한 '주전'으로 다시 투입된 모양새가 연출된 것이다.
북한 매체들이 연일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재천명하면서도 미국 측에 '단계적 동시 행동'을 촉구하고 나선 상황에서 미 행정부는 계속 빅딜을 위한 행동을 압박하면서 북미 간 '포스트 하노이' 기 싸움도 가열되고 있다.
동창리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말을 아껴온 폼페이오 장관은 에너지업체 연례 행사인 'IHS 세라위크' 참석차 텍사스 휴스턴을 찾은 이 날 텍사스 지역 방송사 5곳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언급을 쏟아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에 대해 "말이야 쉽다(talk is cheap). 우리는 오로지 행동만을 가치 있게 여길 것"이라고 비핵화 실천조치에 대한 이행을 촉구했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를 꺼내며 제재 해제를 요구했던 북한을 향해 빅딜 타결을 위한 '플러스알파(+α)'의 행동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직접 얼굴을 마주한 자신에게 무려 6차례에 걸쳐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환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동안 알려진 4차례의 방북 가운데 3차례 김 위원장과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 배석한 것을 더하면 '5차례'가 되기 때문에 그가 이날 언급한 '6차례'가 정확히 어떻게 산출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어찌됐든 김 위원장이 수차례에 걸쳐 '육성'으로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걸 상기시킴으로써 그 '말'의 구속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나 북한을 주어로 '약속', '약속하다'를 뜻하는 'commitment', 'commit'란 표현도 9차례나 썼다.
이와 함께 북핵에 대해서도 '위협'(threat)이라는 표현을 6차례나 반복했다. 하노이 핵 담판이 결렬된 가운데 북핵을 미국과 전세계의 안전을 해치는 '진짜 위협'으로 분명히 규정, 북한에 대한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국무부도 이날 제재 문제를 적극 꺼내 들며 압박 메시지를 타전했다.
국무부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대해 환영 성명을 내고 "제재를 실행하는 국제적 결속은 북한의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계속 저해할 것"이라며 국제적 대북제재의 고삐를 다시 한번 바짝 죄었다.
이날 유엔 연례보고서는 관련 절차에 따라 15개 안보리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예정된 시기에 공개된 것이나, 하노이 핵담판이 제재에 대한 북미간 이견으로 인해 결렬된 가운데 나오면서 시기적으로 더욱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부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제재 완화가 이뤄지기 전에 완전한 비핵화를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적 제재는 비핵화가 이뤄질 때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등의 발언으로 '선(先)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이 거부감을 보이는 '빅딜'이나 '일괄타결'이라는 표현을 직접 쓰지 않은 것은 협상 책임자로서 수위 조절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볼턴 보좌관이 직접적인 압박에 총대를 멨다면 폼페이오 장관은 자극적인 언사는 자제하며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데 방점을 두는 쪽으로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이는 긴 여정"이라며 다시 한번 장기전을 기정사실로 하면서도 "대화는 계속된다. 북한 핵무기의 위협이 엄청나게 감소하는 지점에 달하길 바라면서 이 길을 따라 걸어 나아갈 것"이라며 후속 협상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국제적 이슈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중대하거나 우려가 큰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첫 번째 이슈를 꼽기는 항상 힘들다"면서도 "우리는 확실히 북한에 대해 주력해왔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도록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anks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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