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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검찰 "대정전 관련 사보타주 선동한 과이도 수사"(종합)
대정전 사태 엿새째…베네수엘라 정부 "전력서비스 거의 완전히 복구"
미국은 "마두로 정부와 거래하는 금융기관에 추가제재 준비중"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베네수엘라 검찰이 12일(현지시간)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대항해 임시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대정전 사태 관련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타렉 윌리엄 사브 베네수엘라 검찰총장은 이날 취재진에 "전력 시설의 고의적 파괴행위(사보타주)에 과이도가 관련된 혐의에 대해 조사가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사브 총장은 "과이도 의장이 이번 전력 사보타주의 지능적인 설계자로 보이며 그는 사실상 대정전의 와중에 내전을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과이도 의장이 어떤 혐의를 받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마두로 정부 대변인 격인 호르헤 로드리게스 공보장관은 과이도 사건은 그가 정전 기간에 약탈·파괴 행위를 선동한 것과 혼란을 야기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력 공급선을 차단하려 한 것 등과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과이도 의장은 이 같은 혐의가 거짓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항의 집회에 참석해 "모든 베네수엘라인들이, 그리고 전 세계가 누가 사보타주를 했는지 알고 있다"며 "그것은 바로 마두로"라고 말했다.
이날 카라카스 동부의 광장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모여 항의 행진과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마두로의 사임 등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흔들고 차의 경적을 울렸다.
대정전에 따른 사회적 혼란과 불편이 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전력 서비스가 대부분 지역에서 복구됐다고 발표했다.
로드리게스 공보장관은 전력망이 거의 완전히 복원됐고, 수도 서비스도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기 전쟁은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당국이 여전히 정전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도 카라카스의 산에 있는 샘물에는 물통에 물을 담아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는 등 단전이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목격됐다고 AP는 전했다.
과이도 의장 측에 따르면 7일 시작된 베네수엘라의 대정전 사태로 인해 이 나라의 23개주 중 16개주에 전력 공급이 끊겼고 6개주는 부분 정전사태를 겪었다.
병원에서는 의료장비 가동 중단으로 환자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했고 시내 지하철 운행이 멈췄으며 수백만 명의 시민이 앞다퉈 식량·식수를 구하고자 시내 곳곳이 혼돈 상태에 빠졌다. 석유 수출 등 주요 산업도 사실상 마비 상태다.


마두로 대통령의 친척들조차 이번 대정전에 따른 불편과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이웃 콜롬비아로 입국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콜롬비아 이민국 관계자는 마두로 대통령의 사촌인 아르기리모 마두로가 아내, 자녀 등과 함께 콜롬비아 입국을 시도했으나 불허됐다고 AP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이 고통에 처한 현실을 외면한 채" 휴가를 떠나려는 마두로의 친척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콜롬비아는 과이도 의장을 합법적 지도자로 인정하고 있다.
과이도 의장은 대정전 사태에 즈음해 마두로 정권이 막고 있는 국제원조 물자를 반입하기 위해 국회 차원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경제 제재의 고삐를 더 바짝 죄겠다고 경고했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베네수엘라 담당 미국 특사는 "미 정부가 마두로 정부와 거래하는 금융기관들에 대해 매우 중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베네수엘라 관리들을 겨냥한 추가 비자 취소 조치도 내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새로운 조치가 이르면 이날 당장 발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미 베네수엘라 정부의 생명줄인 석유 수출을 차단하는 제재를 시행하고 있다. 국영 석유회사인 베네수엘라 석유회사(PDVSA)를 포함해 마두로 정부와 연계된 다수의 개인과 기업이 대상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의 사이버 공격이 이번 대정전 사태의 원인이라며 미국에 탓을 돌렸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인 방송에 출연해 "도널드 트럼프(미 대통령)가 우리 수력발전 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그 정교한 공격 기술은 오직 미 정부만이 보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는 또 미국이 전날 주재 외교 인력의 전원 철수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 이들 외교관에게 72시간 내에 떠나도록 명령했다.
호르헤 아레아사 외무장관은 "이 관리들이 베네수엘라에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의 평화와 통합,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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