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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째 이어진 베네수엘라 대정전에 신장투석 환자들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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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째 이어진 베네수엘라 대정전에 신장투석 환자들 초비상
비정부기구 "지난 주말 사이 15명 사망"…"전쟁터보다 못한 상황"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남미 베네수엘라의 대정전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신장병 환자 치료에 초비상이 걸렸다.
신장투석기로 주기적으로 혈액을 걸러줘야 하는데 정전 탓에 기기 이용이 어려워지면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이다.
건강·생명권 강화를 내세우는 비정부기구 '코데비다'에 따르면 신장병을 앓는 베네수엘라인 1만200명 가운데 신장투석기에 의지해 목숨을 이어가는 환자는 3천명에 달한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전역을 강타한 정전의 여파로 최근 들어 신장투석기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일부 신장투석센터의 경우 자체 보유한 발전기를 돌려 간신히 최소한도의 전력을 공급받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운영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로물로 가예고스 신장투석센터에선 신장투석기 작동 불능으로 환자 40여명이 치료를 끝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평소 이곳에선 매주 115명이 치료를 받아왔다.
알프레도 퀸테로(23)씨는 정전 사태가 처음 발생한 지난 8일 신장투석을 받다가 전력 공급이 끊기는 바람에 30분 만에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환자가 얼굴이 부은 채로 소변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는 등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형제 중 한명이 투석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은행 직원 아를렌 페레이라(51)는 "현재 베네수엘라는 전쟁을 겪는 나라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신장투석센터의 간호사들도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정전으로 정화하지 못한 혈액을 환자들 몸에 재주입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투석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도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얼 아티스트인 프랭크 파체코(57)씨도 투석 치료를 못받는 바람에 지난 10일 숨을 거뒀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는 발전기로 신장투석기에 전력을 공급해 공공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는 없다고 밝혔으나, 코데비다는 투석 치료 불능으로 지난 주말 사이 적어도 15명의 환자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는 이미 실질적으로 붕괴했다"면서 "정전으로 17명이 숨졌다. 이는 국가에 의한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전 국토의 70%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면서 이에 따른 민간 영역의 피해액만 4억 달러(약 4천542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정전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의회는 11일 과이도 의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의회는 정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외국의 원조를 승인할 수 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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