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렛츠런팜 명물 '유채.양귀비꽃밭' 이제 못볼듯

제주 렛츠런팜 명물 '유채.양귀비꽃밭' 이제 못볼듯
경관작물 재배 초지 증가…제주시 초지법 '원칙적 적용' 방침 세워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유채, 꽃양귀비, 해바라기, 코스모스 등 계절에 따른 대규모 꽃밭 조성으로 수십만 방문객을 불러모았던 렛츠런팜 제주에서 올해엔 다양한 꽃을 구경하기 힘들 전망이다.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경주마 육성목장인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렛츠런팜 제주목장은 지난해 '꽃길만 걷게 해줄게'를 주제로 목장 입구 1만5천㎡ 규모 초지에 4월 유채, 5월 꽃양귀비, 7월 해바라기, 9월 코스모스 꽃밭을 조성하고, 보물찾기, 페이스 페인팅, 캐리커처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포토존, 푸드존 등을 운영해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노랑, 빨강, 분홍 등 강렬한 색감으로 구성된 꽃밭은 목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오름, 한라산과 어우러져 방문객들의 탄성을 끌어냈다.

렛츠런팜 제주 측은 기업 이미지 개선과 제주 관광자원 확대를 위해 2016년부터 제주시의 일시적 예외 허가를 받아 원칙적으로 다년생개량목초 등 사료작물만을 재배하도록 규정된 초지에 꽃밭을 조성해 무료로 개방해왔다.
초지법은 초지를 농경지나 관광시설 등의 용지로 일시 전용할 경우 관할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제주시의 허가가 필요했던 것.
최근 수년간 제주에서 초지에 꽃 등 경관작물을 비롯한 농작물을 심는 행위가 증가하기 시작하자 올해 제주시는 초지법의 원칙적 적용을 강화해 예외적 전용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국내 초지 면적 가운데 50% 가량이 제주도에 있는 상황에서 제주시가 초지의 예외적 전용허가를 남발할 경우 초지의 관리와 보전을 통해 축산진흥을 꾀하겠다는 초지법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자체 판단에서다.
시의 이런 판단엔 초지법의 예외적 전용허가 규정 적용이 지나치게 담당자 재량에 달려 있어 자칫 초지의 불법 전용을 행정당국이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담겼다.
하지만 도내 초지 면적 8천884.8㏊ 가운데 지난해 예외적 전용허가를 받은 초지 면적은 68㏊로 전체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현행 초지법이 현실과 괴리돼 오히려 초지의 효율적인 이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지법 상 초지의 농경지로의 전용은 가능하지만, 한국마사회법 상 '농경지'를 소유할 수 없는 한국마사회 측은 제주시 입장에 대해 아쉽지만 따른다는 입장이다. 관광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관광지로의 토지 형질 변경 또한 한국마사회로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렛츠런팜 제주는 올해엔 유채와 꽃양귀비 대신 사료작물로 쓰이는 청보리와 해바라기 씨를 얻을 수 있는 해바라기를 심을 계획이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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