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운전능력 따라 야간운전 제한' 법개정 검토(종합)
중장기 교통안전 대책 연내 마련…관계부처와 TF 구성해 협의
고령운전자·보행자 맞춤형 안전대책도 지속 추진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경찰이 고령운전자의 운전능력에 따라 조건부로 운전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은 고령운전자에 대한 조건부 면허제도 도입 등 법령·제도 개선 내용을 포함한 '중장기 고령자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연내 마련하기로 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한국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14.3%이나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자는 인구 비율의 3배가 넘는 44.5%에 달한다.
고령화에 따라 고령 면허소지자 비율도 2016년 8%에서 2017년 8.8%, 2018년 9.4%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 사망사고 비율은 2016년 17.7%에서 2017년 20.3%, 2018년에는 22.3%로 인구 비율의 2배에 달한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운전자 가운데 운전 중 사망한 사례는 2014년 98명에서 2015년 126명, 2016년 127명, 2017년 155명, 2018년 156명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아울러 고령운전자 사망자의 63.4%는 승용·승합차가 아닌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운전하다 사고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바이 사망자는 농어촌 지역에, 자전거 탑승 사망자는 도심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고령운전자 증가와 함께 관련 교통사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농어촌 주민처럼 자가차량을 부득이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고령운전자의 이동권도 어느 정도 보장할 필요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근 학계 주장이다.
경찰은 운전자의 반응속도가 눈에 띄게 떨어지는 야간이나 차량 속도가 높아 사고가 나면 큰 피해가 우려되는 고속도로에서 고령운전자 운전을 제한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다만 모든 고령운전자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기능검사와 야간운전 테스트 등을 거쳐 기준에 미달하는 이들에게 이런 조건을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고령운전자 교통안전 대책…'야간운전 제한' 법 개정 검토/ 연합뉴스 (Yonhapnews)
경찰은 국토교통부, 노인단체, 의사협회 등 관계기관과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연구용역 등을 거쳐 도로교통법 개정을 포함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면허제도는 취소 또는 유지라는 이분법으로만 돼 있지만 고령운전자의 이동권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 다수의 의견"이라며 "초고령사회에 대비해 맞춤형 면허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운전면허 갱신 과정에서 기준에 미달한 고령운전자에게 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반납에 따른 교통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수시적성검사 통보 대상에는 치매 외에 뇌졸중·뇌경색 등 운전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질환까지 추가하고, 본인 신고나 기관통보뿐 아니라 의사·경찰관·가족 등 제3자 요청으로도 수시적성검사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도로교통공단과 협업해 고령운전자 차량에 '실버마크'를 부착해 다른 운전자의 배려를 유도하고, '깜박이(방향지시등) 켜기' 캠페인을 통해 사회 전반적으로 배려·방어운전 문화 조성에도 나선다.
보행사망자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보행자 안전 확보를 위해 사고다발지역에 무단횡단 방지 펜스를 설치하는 등 시설을 개선하고, 고령자 통행이 잦은 지점에서는 횡단보도 보행시간을 늘리는 등 신호체계도 개선한다.
노인보호구역을 연내 250곳 확대하고, 보호구역 내에서 고령 보행자를 상대로 내는 사고는 중과실 항목에 추가해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처벌한다. 보호구역 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 앞에서는 일단 정지를 의무화하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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