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지연 책임' 두고 공방…"방어권 남용" vs. "검찰이 저격수 자임"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기소된 지 117일 만에 첫 정식 재판이 열린 것을 두고 검찰이 "임 전 차장이 변호인을 사임시켜 고의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 전 차장은 "나를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맞섰다.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정식 재판에서 "재판 절차 진행에 방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엄중히 경고해달라"며 그가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정식 공판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29일 임 전 차장 측의 종전 변호인단이 재판 진행에 항의 차원으로 전원 사임한 것을 그 근거로 삼았다.
검찰은 "변호인의 일괄 사임은 변호인들의 사정이 아닌 재판장이 지정한 재판일정에 대한 불만에 따른 피고인의 결단에 의한 것"이라며 "변호인을 일괄 사임시키는 편법을 통해 재판부가 심사숙고해 지정한 일정을 뒤집고자 시도하고 실제로 재판 절차가 무려 5주 가까이 지연되는 결과가 현실화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차장 측이 종전 입장과 달리 전·현직 법관들의 진술을 증거로 사용하는 데 동의하지 않기로 한 것도 꼬집었다.
검찰은 "2명 내지 7명을 부동의하다가 수십명을 부동의하는 것은 공범 등의 재판 진행 상황을 고려해 재판의 장기화를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것이 사실이라면 방어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또 "6개월의 구속 기간 중 3분의 2 동안 피고인은 기록 검토 시일이 소요된다는 변명만 해온 셈"이라며 "아무리 기록이 방대해도 검토가 미진하다며 기일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수용될 수 없는 변명"이라고 말했다.
임 전 차장은 "법조인으로 살아온 저를 모독하는 발언"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임 전 차장은 "고의적 악의적으로 재판을 지연했단 것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이고 주관적 억측에 불과하다"며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두 평이 안 되는 수용시설에 20만쪽의 기록을 다 쌓아놓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고 열람도 불가능해 변호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 전임 변호인들이 강력하게 재판부에 기일 연기 의견을 개진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고, 상호 간 신뢰가 훼손돼 변호인들이 사임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임 전 차장은 "저에 대한 일방적이고 근거 없는 비난은 삼가달라. 아무런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것은 결국 검찰이 공익의 대표자 지위를 다 포기하고 이른바 임종헌 저격수로 자임하는 모습으로밖에 비칠 수 없다"고 불쾌함을 숨기지 않았다.
증거 동의 여부를 번복하게 된 것에 대해선 "새 변호사들과 긴밀한 논의, 주위 충고, 기록 검토를 통해서 얻은 여러 가지 생각을 종합해서 제시한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차장 측 변호인도 "한 페이지를 읽는데 1분만 쳐도 15만분이 걸리는 기록"이라며 "현실을 보고, 얼마나 이 사건 기록이 많은지 보고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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