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모그도, 공산당도 싫다"…중국서 '장기 해외여행' 인기
삶의 질 높은 국가서 한 달 이상 체류하며 자유 만끽
자녀에게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누리게 하고 싶은 바람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심각한 대기오염과 권위주의적 정치체제 등에 염증을 느낀 중국의 중산층 사이에서 장기 해외여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중국에서 해외 이민이 큰 인기를 끌었으나, 중국 정부의 자본 해외유출 통제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등으로 인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이에 따라 중국의 중산층 사이에서는 장기 해외여행이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선전(深천<土+川>)에 사는 쉬장러 부부는 오는 7월 태국의 휴양지 치앙마이에서 두 자녀와 함께 한 달가량 머무를 예정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두 자녀의 국제학교 수업료와 숙박비 등을 합쳐 5만 위안(약 840만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쉬 씨 부부는 "우리는 태국의 여유 있는 생활 방식과 편안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중국에서 벗어난 삶"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장기 해외여행을 떠나는 중국의 중산층이 원하는 것은 심각한 대기오염,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 미비, 갈수록 권위주의적으로 변하는 중국의 정치체제 등에서 벗어난 삶으로 여겨진다.
상하이에서 온라인 여행사를 운영하는 차이밍둥은 "중국 중산층의 해외 이민과 해외 부동산 투자가 어려워짐에 따라, 이들은 더 많은 자유와 중국 대도시보다 더 나은 삶의 질 등을 갈망해 장기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장기 해외여행이 늘어난 데는 이에 필요한 비자 발급이 가능해진 데다, 항공권 가격의 하락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중국의 중산층은 미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한 번에 최장 6개월 정도 머무를 수 있는 5∼10년 만기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항공권 가격도 크게 떨어져 2011년 상하이와 뉴질랜드 간 왕복 항공권은 1만4천 위안(약 240만원)에 달했지만, 지금은 4천 위안(약 67만원)이면 살 수 있다.
지난해 중국인의 해외여행 건수는 전년보다 13.5% 급증한 1억4천만 건에 달했으며, 이들의 해외 소비액은 약 1천200억 달러(약 136조원)로 집계됐다. 이들의 상당수는 장기 해외여행으로 추정된다.
중국 중산층의 장기 해외여행이 늘어난 데는 자녀에게 중국과 다른 '글로벌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게 하고 싶은 바람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녀와 함께 매년 한두 달씩 해외에 머무를 계획이라는 앨리스 위는 "내 자녀들이 중국에서만 자라는 것은 원치 않으며, 더 많은 자유와 글로벌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게 하고 싶다"며 "충분한 시간과 돈을 가진 중국의 중산층에게 장기 해외여행은 앞으로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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