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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베를린] 여성교도소앞에 쏟아진 여성들…"베를린은 여성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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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베를린] 여성교도소앞에 쏟아진 여성들…"베를린은 여성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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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베를린] 여성교도소앞에 쏟아진 여성들…"베를린은 여성의 도시"
'세계 여성의 날' 베를린 곳곳서 여성들 집회 및 행진
한국 여성들 위안부 문제해결 호소도…獨지자체 중 처음으로 베를린서 공휴일

[※편집자 주 = 아홉 번째 이야기. 독일 수도 베를린은 유럽에서 가장 '힙(hip)'한 도시로 부상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과 냉전체제의 유산을 간직한 회색도시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젊은 예술가들로 인해 자유분방한 도시로 변모했습니다. 최근엔 유럽의 새로운 IT와 정치 중심지로도 주목받습니다. 이런 복합적인 특색 탓인지 베를린의 전시·공연은 사회·정치·경제적 문제의식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힙베를린'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현상을 창(窓)으로 삼아 사회적 문제를 바라봅니다.]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오후 독일 수도 베를린의 한 여성 전용 교도소 앞 좁은 골목에 3천여 명의 여성이 운집했다.
마그다레넨슈트라세역 인근의 붉은 색 벽돌의 교도소는 주변 아파트들 사이에 있는 일반적인 사무 빌딩처럼 보였다.
골목에서는 30개의 여성단체가 모인 '베를린 국제 페미니스트 연합'이 주도한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집회에서 여성들은 사회·정치·경제적 남녀 평등을 요구했다. 쿠르드족, 터키, 수단 등 아프리카 여성들은 자국 여성들이 인권 탄압을 받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현장의 여성들은 여성 인권이 여전히 자유롭게 보장받지 못하는 사회의 모습과 감옥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 이곳을 집회 장소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라는 한 여성은 딸아이와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여성 인권을 위해 누구와도 연대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아이도 데려왔다"면서 "저 감옥 안에는 낙태죄 폐지 등 여성인권을 위해 싸운 이들이 수감돼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여성교도소 앞에서 집회를 연 뒤 테크노 음악과 전통음악 등에 맞춰 어깨춤을 추며 행진을 시작했다.
3시간 동안 여성 인권을 포함한 소수자 인권의 보호를 외치며 도심에서 행진을 벌였다.
행진 과정에서 한국 관련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의 한정화 대표와 여성운동가 채혜원 씨가 연설 차량에 올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간의 문제를 넘어 전쟁 중 여성 성폭력에 대한 문제로,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진 과정에서 거리에서 페인트를 분사했다는 이유로 여성 몇 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날 베를린에서는 '베를린 구 페미니스트 연합'의 집회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한 집회가 열렸다.
사회민주당의 여성 의원인 딜레크 콜라트는 rbb 방송에서 세계 여성의 날이 베를린에서 공휴일이 된 데 대해 "중대한 신호"라며 "베를린은 여성의 도시"라고 말했다.


베를린의 명소 중 하나인 알렉산더 광장은 이날 오후 인산인해를 이뤘다. '축하, 파업, 계속되는 투쟁'을 구호로 내걸고 베를린에서 열린 가장 큰 집회였다. 줄잡아 1만 명 가까이 되어 보였다.
베를린에서 올해 세계 여성의 날이 공휴일이 된 덕분이었다. 독일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이다.
대연정의 소수파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녹색당 등의 깃발이 보였다. 귓가에는 낙태 규제를 비판하는 연설이 들렸다.
남성의 참여를 제한한 여성교도소 앞 집회와 달리 이곳에서는 가족 단위 참여자들이 많았다. 관광지인 탓인지 분위기도 좀 더 자유분방했다.
디자이너 분야 종사자인 로자마 모츠(32)는 "독일에서는 임금 격차가 여전히 상당하는 등 여성 인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 근로자들은 아이를 가지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파트타임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라며 "법적으로 의회 등 지도층에서 남녀 비율이 동수가 되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독일 퀼른경제연구소는 교육 수준 등의 변수를 고려한 통계에서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6% 적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베를린뿐만 아니라 독일 곳곳에서 여성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북부 항구도시인 함부르크에서는 여성들은 성매매를 비판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성매매업소 거리를 막고 있는 문을 강제로 열었다.
상의를 탈의한 채 "여성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슬로건으로 페인팅한 여성들은 전동공구를 동원해 잠겨진 문을 열었다.


집회와 행진 외에도 베를린에서는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렸다.
'빌리 브란트(서독 전 총리) 하우스'에서는 여성 참정권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여성으로 처음으로 독일 의회에 진출한 여성 운동가 마리 유차크 등의 삶을 작품으로 기렸다. 캐롤라인 아르만드 등 10여 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여성 제작자와 여성 감독이 참여한 페미니스트 영화제가 열렸고, 예술가들이 많이 거주하는 크로이츠베르크 지역의 한 유명 클럽에서는 여성들을 위한 댄스파티가 열렸다.


일부 호프집에서는 여성들을 상대로만 무료로 맥주를 제공하기도 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기본법에서 남녀가 동등한 권리를 갖도록 보장한다면서 "그러나 사회적 현실을 바꾸는 것은 영구적 과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현장 취재를 마치고 귀가하는 데 아파트 현관에 이전에는 없던 화분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안에는 메모와 함께 10여 개의 꽃송이가 있었다.
어떤 주민이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이웃 여성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꽃을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함께 거주하는 한 여성을 위해 꽃 한 송이를 들었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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