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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재입학 이주민 영화감독 "한-필리핀 예술 소통 돕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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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만에 재입학 이주민 영화감독 "한-필리핀 예술 소통 돕겠다"
2011년 한국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 초청작 '워터 게토' 감독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올해 한국과 필리핀 수교 70주년이에요. 양국의 협력이 강화되는 시기에 저에게 많은 기회가 있겠죠. 한국 생활의 시작은 학생이었지만 예술을 통해 양국의 관계를 가깝게 하는 게 제 최종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필리핀 출신 이주민 영화감독 앙가한 내쉬(이하 안내쉬)의 지금 심정이다.
그는 2012년 아시아 우수 예술 인재 유치 국비 장학생(AMA 장학생)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유학했다. 석사과정 5학기인 2014년 9월 한예종 AMA 장학생 관리지침에 따라 한예종 대외협력과로부터 한국어 능력 향상을 이유로 휴학을 권고 받았다.
휴학으로 인해 학생비자가 만료돼 필리핀으로 출국했고 기한내 휴학을 연장하지 못해 미복학 제적 상태가 됐다. 이후 AMA 장학생 관리지침에서 요구한조건보다 높은 한국어능력시험(TOPIK) 급수를 취득한 안내쉬는 2016년 재입학 신청을 해 승인을 얻었다. 그런데 같은해 10월 한예종 AMA 장학생 운영위원회로부터 재입학 승인 취소 처분을 받았다. 한예종 영상원이 AMA 장학생 운영위 심의를 거치지 않고 그에게 재입학 승인을 통보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4년간의 긴 싸움 끝에 지난 1월 소송에서 이겼다. 다시 한번 학교에 다닐 기회를 찾은 것이다.
지난 8일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만난 안내쉬는 오랜만에 시작된 학교생활을 앞두고 "서투른 한국어로 다 표현할 수 없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번 학기 단편영화 수업을 듣는데 사실 이 수업은 입학 당시 부족한 한국어 실력 탓에 듣지 못했던 과목"이라며 "8년간 한국어가 많이 늘어 들을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소송을 치르는 4년 동안 안내쉬는 한국에 머물며 잠시도 쉬지 않았다.
다문화 극단 샐러드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다문화 뮤지컬도 제작했다. 전국을 돌며 다문화 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연기도 지도했다.
국내 필리핀인 커뮤니티인 '피노서울'(PINOYSEOUL)도 직접 만들었다. 또최근에는 필리핀 예술·문화를 한국에 알리고 양국의 문화 소통 창구를 만들고자 '필리핀한국예술협회'도 창립했다.

모교와 갈등을 빚으며 국내 활동이 위축될 법도 했지만 안내쉬는 주변인의 도움으로 마음고생을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한다.
안내쉬는 "특히 박경주 샐러드 대표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언제나 '방법이 있어요'라고 이야기해주셨다. 저에게 많은 용기를 주셨다"고 감사해했다.
그와 한국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있는 폴리텍 유니버시티에서 방송을 전공한 안내쉬는 2010년 한-아세안센터 멀티미디어 공모전 일등상을 받았다.
독일 괴테인스티튜트의 지원을 받아 만든 '워터 게토'(Water Ghetto) 작품은 2011년 한국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초청됐다. 그의 이름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는 "당시 한국에서 공부를 하면 어떻겠냐는 제의가 들어왔고 주한 필리핀대사관까지 추천서를 만들어줘 한예종에 AMA 장학생으로 합격했다"고 회상했다.
'서울메이트', '노 맨 이즈 언 아일랜드' 등의 영화를 제작한 그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다.
"영화는 세상을 보는 렌즈이고 마이너리티의 목소리를 알릴 기회가 영화라고 생각한다. 마이너리티와 대중이 소통하게 만들기 위해 영화를 만든다"
안내쉬는 당분간 학업을 병행하며 캠퍼스 밖 세상에서 자신의 재능을 나눌 계획이다.
오는 9월 자신이 이끄는 필리핀한국예술협회를 주축으로 '제1회 한국-필리핀 영화제'를 개최할 생각이다.
그는 "이민을 주제로 한국인과 외국인 누구나 참여하는 영화제를 열 예정"이라며 "졸업 작품도 준비해야겠지만 한국에 필리핀의 예술을 알리고 소통하며 더 큰 이슈를 보여주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sujin5@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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