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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같은 생각이지?" 트럼프 채근에 참모들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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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같은 생각이지?" 트럼프 채근에 참모들 '진땀'
WP "참모진·공화, 트럼프 생각 방어·설명에 고전…좌절·체념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풍경이 펼쳐졌다.
무역협상을 하러 워싱턴DC로 날아온 중국 대표단이 있는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쑥 "양해각서(MOU)는 아무 의미가 없어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이다.
MOU를 추진해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서둘러 "MOU도 계약이다. 무역협상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것이고 법적 개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계약서가 중요한 거다. 당신도 같은 생각이잖아"라고 버텼다.
협상 상대인 중국 대표단에 취재진까지 있는 자리에서 미국 대통령과 협상 주역이 공개적으로 이견을 노출한 셈이다.
결국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고개를 돌려 "지금부터는 MOU 말고 '무역합의'라는 용어를 씁시다. 괜찮죠?"라고 물었고 중국 협상단은 "그럽시다"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들의 고충이 단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방어하기도, 설명하기도 힘든 참모들의 처지를 소상하게 전했다.



북미협상을 진두지휘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달 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더이상 북핵 위협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대통령이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진행자가 트윗을 읽어주자 폼페이오 장관은 그제야 "대통령이 말한 것은 북핵 위협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라고 물러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일 USA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한다는 진행자의 질문에 "사실이 아닌 것을 얘기하지 말라"며 격하게 반응했다.
기자가 "우리의 원칙적 입장에는 추호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회견문을 읽어주자 약 6초간 생각하더니 "우리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WP는 폼페이오 장관이 종종 부인하거나 방향을 다른 데로 돌리는 전략을 써서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 표명을 피해간다고 지적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 3일 방송 인터뷰에 연달아 출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은 이런 것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내 관점은 아니다"라고 비껴가기도 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이 딱히 이름을 붙이거나 이념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만트라'(주문)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대로 외교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자유무역과 동맹의 중요성을 옹호하던 공화당에서는 근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으며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린지 그레이엄·제임스 리시 상원의원 정도는 트럼프 대통령을 확고하게 편들어주고 있으나 다른 이들은 좌절하거나 체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과 일관성 없음, 직감에 의존하는 성향이 여당인 공화당을 짜증 나게 하고 있으며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에서마저도 트럼프 대통령과 공명하는 목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WP는 덧붙였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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