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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우려 걷어낸 '여명의 눈동자'…명작 감동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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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우려 걷어낸 '여명의 눈동자'…명작 감동 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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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우려 걷어낸 '여명의 눈동자'…명작 감동 재연
썰렁한 무대·MR 반주 한계에도 비극적 근현대사에 몰입감↑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 1일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부족한 제작비와 열악한 무대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영리한 방식으로 걷어냈다.
썰렁해 보이는 무대 양쪽에 객석 300여석을 설치하는 '승부수'를 뒀는데, 이 같은 결정은 무대의 텅 빈 느낌을 덜어냈을 뿐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관람 재미를 선사했다.
당초 '여명의 눈동자'는 명작 드라마로 꼽히는 동명 드라마(1991)를 무대에 옮긴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다. 원작의 명성과 3·1운동 100주년 기념 바람을 타고 연초부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제작사 수키컴퍼니는 투자금 수십억원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며 제작에 상당히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일이 3주가량 연기되고 배우·제작진들이 계약금만을 지급받은 채 무대에 오르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사람이 미완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영상과 소품만이 활용된 미니멀한 무대는 오히려 작품에 '플러스' 요인이 됐다.
무대 위에 다양한 무대 장치를 올리지 않은 대신 객석을 통째로 올리는 모험을 택했는데, 이 같은 방식 때문에 배우들이 등·퇴장할 때 느껴지는 진동까지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비극적인 근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는 주인공들의 지난한 삶을 관객들도 함께 '체험'하는 효과를 줬다.


최고 시청률 58.4%를 찍은 원작의 탄탄한 서사와 역사적 비극은 텔레비전뿐 아니라 무대 위에서도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극은 일제강점기부터 혼란스러운 해방기를 거쳐 한국전쟁에 이르는 격동기 10여년의 비극을 일본군 위안부 '여옥'과 조선인 학도병 '대치', 동경제대 의학부 학생으로 군의관으로 전쟁에 끌려온 '하림', 세 남녀의 삶으로 펼쳐낸다.
전쟁의 광기 속에서 한 개인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이념 논쟁과 진영 논리 속에서 얼마나 무고한 삶이 희생되는 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드라마 최고 명장면으로 회자하는 여옥(채시라 분)과 대치(최재성 분)의 철조망 키스 신은 달랑 철삿줄을 표현하는 소품 몇 가닥만으로 표현되지만, 여전히 긴박하면서도 애절하다.
그러나 창작 초연인 탓에 이곳저곳 다듬어야 할 지점도 눈에 띄었다.
해방 이후 내부의 이념적 분열이나 제주 4·3사건 등에 대한 서술은 국사 교과서나 다큐멘터리처럼 다소 지루하게 전개됐다.
역사 서술이 장황하다 보니 하림과 여옥이 쌓는 우정 이상의 감정선 등 주요 인물들의 서사는 군데군데 구멍이 났다.
노래도 극적이고 선이 굵은 느낌으로 진행되는데, 대다수가 비슷한 톤이라서 극이 진행될수록 피로감이 느껴진다. 제작비 여건상 녹음(MR) 반주가 사용된 것도 아쉽다.
공연은 4월 14일까지 이어진다.


sj99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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