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카드' 만지작?…'재건 동향' 동창리에 시선 집중
국정원 보고 이어 美싱크탱크 위성사진 토대로 잇따라 보도
대미압박 의도인지, 타결대비 시설폐쇄 준비 일환인지 불분명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현혜란 기자 =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의도가 주목된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려는 제스쳐일 수 있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지만,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시작된 움직임일 가능성도 있는 등 폐쇄 동향의 일환이라는 의견도 있어 의도를 판단하기는 아직 일러 보인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재건 움직임은 국가정보원을 통해 처음 알려졌다.
국가정보원은 5일 국회 정보위 간담회에서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철거시설 가운데 일부를 복구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미국에서 5일(현지시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한 관련 동향 보도가 잇따르면서 점점 구체화하는 분위기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전문 사이트 '분단을 넘어(BEYOND PARALLEL)'를 통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수직 엔진시험대와 발사대의 궤도식 로켓 이동 구조물에서 재건 동향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주로 닫혀 있던 연결타워의 덮개도 열려 발사대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도 레일식 이동 건축물이 다시 조립되고 있으며 벽이 세워지고 새로운 지붕도 추가되는 등 북한이 해제 작업을 진행하던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일부 구조물을 다시 짓는듯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6일 "동창리 발사장의 부속건물 위주로 복구작업을 진행하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기로 하였다'고 약속한 바 있다.
북한은 실제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부속건물과 발사대와 부속건물을 잇는 철로 등에 대한 해체작업을 진행해 왔는데, 이번에 이를 되돌리려는 동향이 포착된 것이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은 지난 2016년 2월 장거리 로켓(미사일)이 발사되는 등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과시하는 장소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북한이 이곳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ICBM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미국을 압박,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취지로 여겨질 수 있다.
CSIS도 현재의 활동 재개는 고의적이고 목적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5개의 유엔 제재를 풀어달라는 요청을 미국이 거부한 상황에서 북한이 모종의 결심을 보여주려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설사 대미 압박 움직임이라 하더라도 북한의 대미 기조가 '협상'에서 '대결'로 전환하는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아직 근거가 약해 보인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온 화해 흐름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전략적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 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동창리 발사장의 재건 움직임이 지난달 27∼28일 진행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에 이뤄졌는지도 불확실하다. 38노스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일 사이에 재건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작년부터 이어져 온 동창리 발사장 폐기 동향의 일환일 수도 있다.
국정원도 전날 이런 움직임이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 성공하고 전문가 참관하에 미사일 발사장을 폐기할 때 홍보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과, 협상이 실패했을 경우 시설을 다시 미사일 발사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이 이제 막 평양에 도착한 점 등을 고려하면 미국에 대한 반발로 보기 어렵다"며 "북한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동창리 시설 폐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서 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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