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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도좌파 민주당, 새 당대표 뽑고 재건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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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중도좌파 민주당, 새 당대표 뽑고 재건 '시동'
진가레티 라치오 주지사 "'우두머리' 아닌 '길잡이' 될 것"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3월 총선에서 굴욕적 패배를 당하며 포퓰리즘 세력에게 정권을 넘긴 이탈리아 중도좌파 민주당(PD)이 총선 1년 만에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해 당의 본격적인 재건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 수도 로마를 비롯한 전국 7천 곳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 PD 당 대표 경선에서 니콜라 진가레티(53) 라치오 주지사가 압승을 거두고, 당의 새로운 수장으로 뽑혔다.

총선 참패 이후 지리멸렬한 당을 새롭게 이끌며 중도좌파의 재도약을 일굴 중책을 맡게 된 진가레티 새 대표는 2013년 이래 로마가 속해 있는 이탈리아 중부 라치오 주지사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이번 경선에서 약 70%의 표를 쓸어 담음으로써, 각각 18%, 12%의 표를 얻는 데 그친 마우리치오 마르티나 전 농업장관, 로베르토 자케티 전 로마시장 후보를 가볍게 따돌렸다.
공산당원 출신으로 2007년 PD의 창립 때부터 당원으로 활동해온 진가레티 주지사는 이탈리아 인기 TV드라마 '형사 몬탈바노'에서 주연으로 활동하는 배우 루카 진가레티의 동생이다.
그는 작년 3월 총선 때 함께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로마를 품고 있는 라치오주 주지사로 재선에 성공하며 PD 내부에서 부쩍 주가가 높아졌다.
그는 지난 총선 전 PD를 탈당한 세력을 다시 끌어안아 중도좌파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최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에 대거 빼앗긴 젊은 지지층을 다시 회복함으로써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당 부활의 신호탄을 쏜다는 구상이다.
4일 일메사제로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진가레티 신임 대표는 당선을 확정 지은 후 "우리는 이제 새로운 역사의 장을 열었다"며 "(권위적인)우두머리가 아니라,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면서 PD와 이탈리아를 새롭게 바꿔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당 대표 취임 후 첫 행보로 이탈리아 북서부 토리노와 프랑스 남부 리옹을 잇는 고속열차(TAV) 건설 현장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성운동이 극우정당 '동맹'과 손을 잡고 결성한 포퓰리즘 정부가 현재 TAV 건설을 지속하느냐를 둘러싸고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PD는 자신들의 집권 당시 공을 들인 고속열차 건설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선거에는 당초 예상을 훨씬 웃도는 약 180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PD의 투표소에는 한 표를 행사하려는 지지자들로 긴 줄이 형성되는 등 활기를 띠어 당 관계자들을 고무시켰다.
PD는 PD의 정치 철학에 동조하는 16세 이상의 이탈리아 시민과 이탈리아에서 거주증을 획득한 외국인들 가운데 2유로(약 2천600원) 이상을 기부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당 대표 경선에 표를 던질 수 있도록 했다.
PD의 당 대표 선거 하루 전인 지난 2일에는 이탈리아 최대 경제 도시인 밀라노에서 무려 20만명의 인파가 운집해 최근 이탈리아 사회에서 눈에 띄게 고조되고 있는 인종차별적인 분위기를 규탄하고, 현재 이탈리아 정부를 이끄는 포퓰리즘 연정의 난민 강경 정책을 비판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사람 상당수가 포퓰리즘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PD 지지자들인 것으로 추정돼 PD 부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3월 총선 전까지 이탈리아 정부를 이끈 PD는 1년 전 총선에서 18.7%의 표를 얻는 데 그쳐 창당 9년의 신생 정당인 '오성운동'(득표율 32.7%)에 멀찌감치 밀리는 수모를 당한 바 있다.
오성운동은 당시 총선에서 17.4%의 표를 얻어 약진한 극우정당 동맹과 손을 잡고 연정을 구성해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을 출범시켰다.
작년 총선 전까지 PD를 이끌던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총선 완패의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PD는 렌치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렌치 정부에서 농업장관을 지낸 마르티나 전 장관의 임시대표 체제로 운영됐으나, 당내 계파들의 주요 현안에 대한 이견 속에 어수선한 상황이 계속되며 좀처럼 전열을 재정비하지 못해왔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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