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대립·정치불만', 교육수준 높을수록 이주 희망 높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해외이주를 희망하는 홍콩 주민이 크게 늘고 있다. 홍콩 중문대학이 작년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18~31세 젊은 층의 51%가 해외아주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조사에 비해 5.5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더 이상 옛날의 홍콩이 아니다. 해외로 이주하겠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에 다니는 홍콩인 유학생 진종립(陳宗立)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딴 후 일자리를 찾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중문대 조사에서 해외이주를 희망하는 이유로는 "정치적 대립이 너무 많다"거나 "인구가 많아 환경이 나쁘다", "정치제도에 불만"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중류 가정에서 태어난 진종립은 경제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홍콩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장래를 비관했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해외이주 희망자가 많은게 최근 이주희망자 증가의 특징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4일 전했다.
홍콩에서 이주에 필요한 서류작성 등을 지원하는 골드맥스사 관계자는 "이주상담이 많다"면서 "우리 회사의 경우 작년 보다 상담이 20~30% 증가했다고 귀띔했다. 주 고객층은 30~40대지만 20대 젊은 부부가 "아이들은 해외에서 교육받게 하고 싶다"며 상담해 오는 경우도 있다. 이주 희망지로는 캐나다와 호주의 인기가 높고 영국, 미국을 포함한 4개국이 전체의 80%를 차지한다.
"홍콩의 업무와 교육환경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이 많고 정치적인 문제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
홍콩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엄청난 경쟁을 해야 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장시간 노동이 당연시되고 있다. 게다가 마이홈을 장만하는 건 극도로 어렵다.
미국 조사업체인 데모그라피아에 따르면 홍콩의 주택가격은 평균적인 가구 연간수입의 20.9배에 달한다. 미국의 3.9배, 캐나다의 4.3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홍콩은 9년 연속 세계 주요 도시중에서 "주택마련이 가장 어려운 도시"로 꼽혔다.
싱가포르 금융조사업체 밸류챔피언이 1980년 이후 출생해 생활의 질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이주에 적합한 아시아의 도시를 물은 조사에서 홍콩은 싱가포르, 도쿄(東京)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낮은 실업률 등 고용환경은 좋지만 생활비와 생활의 질 등에 대한 평가는 매우 낮았다.
캐나다 정부에 따르면 2017년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한 홍콩인은 1천270명으로 2년전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캐나다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은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잠재적인 이주희망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홍콩에서는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두고도 해외이주가 크게 증가한 적이 있다. 중국과 영국이 홍콩반환협상을 시작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이 탄압을 받은 천안문(天安門) 사건이 일어난 80년대에는 홍콩의 장래에 불안을 느낀 주민의 해외이주가 붐을 이루기도 했다.
현재의 상황이 당시와 다른 건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안된 20대의 해외이주 희망자가 늘고 있는 점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행정장관 선거의 민주화를 요구한 2014년 우산혁명 발발 4년여가 지났지만 젊은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는 커녕 오히려 중국의 경제,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진종립은 "캐나다에서는 정부가 시민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지만 홍콩 정부는 쓸데없는 일만 하면서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도 모욕하는 반응만 할 뿐"이라고 개탄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