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자민당 직원 '개헌歌'까지 발표…분위기 띄우기 안간힘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 집권 자민당의 한 직원이 개헌 분위기를 띄울 목적으로 '헌법보다도 소중한 것'(憲法よりも大事なもの)이란 제목의 '개헌노래'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민당 총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전력 불보유'를 천명한 기존 헌법에 자위대 근거 조항을 명기하기 위한 개헌을 추진 중이나, 야권과 시민단체들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의 변신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해 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작년 12월 마이니치신문 여론조사에서 국회가 개헌안 발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는지를 묻는 항목에서 '그렇다'(22%)고 한 사람보다 '그렇지 않다'(66%)는 응답자가 훨씬 많았다.
자민당은 이런 상황을 타개할 방안의 하나로 사실상 퇴임한 직원을 앞세워 개헌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 위한 선전가요를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내에서 '개헌노래'가 만들어진 것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가 가사를 붙인 '헌법개정의 노래'(1956년)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개헌노래 제작은 정치적 논란을 피하려는 듯 자민당 정무조사회 심의역을 지낸 다무라 시게노부(田村重信·66) 씨가 개인적으로 주도한 것으로 포장됐다.
자민당은 이 노래가 당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며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안전보장 정책이나 헌법 문제를 주로 연구해 온 다무라 씨는 작년 1월 정년을 맞아 퇴임한 뒤 촉탁 직원으로 재고용돼 일하고 있다.
그는 개헌 분위기를 띄우고자 하는 생각에서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 싱글앨범을 완성했다고 했다.
노래는 다무라 본인이 직접 불렀고, 작사와 작곡은 그가 알고 지내던 음악 프로듀서 사카모토 유스케(坂本裕介)가 맡았다.
약 2분 52초 분량인 이 노래 영상은 지난달 19일 유튜브에 올려졌는데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개헌 옹호론자들은 "꽤 좋은 노래" "목소리도 훌륭" "좋은 가사" "많은 사람이 들었으면 좋겠음"이라고 댓글을 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 반면에 개헌 반대론자들은 "형편없음" "헌법이 뭔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노래" "앵무새 생각이 난다"는 등 혹평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노래 가사에 '매일을 행복하게 사는 것이 헌법보다 소중하다고 말하는데, 현행 헌법하에서는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없는 얘기인가"라고 반문하며 가사내용을 비판했다.
규슈대 법학부 미나미노 시게루(헌법) 교수는 마이니치에 "노랫말에 '헌법은 도구'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헌법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점에선 맞지만, '어른이 됐으니 이제 갈아입자'라고 하는 것은 헌법에 대한 비유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문필가인 히라카와 카츠미 씨는 "컴퓨터가 낡았으니 새로 사자는 것과 같은 발상"이라고 했다.
그는 "헌법에는 선인들이 쌓은 역사적인 영지(英知)가 반영돼 있다. '시대가 변했으니까'라는 단기적인 이유로 국가규범을 바꾸지 않기 위해 헌법이 존재한다"며 이 노래 가사는 헌법의 기본 정신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히라카와 씨는 "새로 바꾸자는 말은 경제발전을 이룬 경험이 있는 일본에선 받아들이기 쉽다"며 이런 노래로 인해 쉽게 개헌해도 좋다는 풍조가 퍼질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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