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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목소리 키우는 볼턴…판 안깨면서도 "최대압박땐 진짜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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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목소리 키우는 볼턴…판 안깨면서도 "최대압박땐 진짜충격"
방송 잇따라 출연해 '빅딜구상' 공론화…北 압박모드로'분위기 잡기'
핵·미사일外 생화학까지 광범위한 비핵화 정의…'빈손 2차회담' 영향준 듯
'볼턴 변수' 암초로 부상할 듯…북미 후속협상 더 어려워질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대북 초강경파이면서도 한동안 대북 공개발언을 삼가온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다시금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불발을 계기로 언론에 전면 등장해 앞으로의 대북협상 방향에 대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정상간 담판 테이블에서 오간 '빅딜 문서'까지 거론하면서 합의무산의 책임을 북한에 돌리고 전체 대북기조를 '압박' 쪽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확연해 보인다.
볼턴 보좌관의 갑작스러운 '재등판'에 따라 그가 2차 회담 결렬 과정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일요일인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 CBS, CNN에 잇따라 출연해 2차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을 주제로 거침없이 발언했다.
그는 이번 회담 결렬이 실패가 아니며 후속 협상에 열려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이른바 '빅딜 문서'를 건넸다고 공개한 뒤 최대압박을 통해 북한이 빅딜에 응하도록 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며 김 위원장이 최대압박으로 '진짜 충격(real impact)'을 받게 될 것이라는 압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했다.
과거 비핵화를 약속하고 경제적 이득을 얻은 뒤 합의를 깨버렸다며 북한에 대한 불신도 고스란히 드러냈다. 북한이 여전히 핵연료를 생산하고 있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정확히 그렇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북미협상 초기처럼 카다피 정권의 몰락으로 이어진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거의 입을 닫고 베네수엘라나 이란 등에 집중했던 볼턴 보좌관이었기에 이날은 재등판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이날 북미협상을 진두지휘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별다른 공개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볼턴 보좌관의 인터뷰가 더욱 두드러지게 부각된 분위기였다.
볼턴 보좌관의 인터뷰 발언 중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생화학무기'를 거론한 점이다.
볼턴 보좌관은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즉 비핵화를 계속 요구했다"며 "핵과 생화학 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금껏 협상 테이블에 오른 비핵화 대상은 핵과 탄도미사일이었다. 물론 미국이 가끔씩 '모든 대량살상무기'(WMD)라는 표현을 쓰기는 했으나, 생화학무기 자체가 의미있는 협상의제에 포함됐던 것은 아니라는게 일반적 관측이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의 말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협상에서 생화학 무기까지 언급했다면 이는 비핵화의 정의를 기존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잡고 있었음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협상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생화학무기 문제는 볼턴 보좌관이 1차 북미정상회담 후인 지난해 7월 거론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당시 미국 측이 핵 및 생화학 무기, 미사일 등을 1년내 해체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고, 조만간 이를 북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련의 인터뷰에서 볼턴 보좌관이 가장 강조하려 한 부분은 '최대압박' 기조다. 볼턴 보좌관은 "애초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경제제재를 계속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며 "미국의 최대 압박작전이 계속될 것이고 김정은에 진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선박 간 환적을 못 하게 더 옥죄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고, 다른 나라들과도 북한을 더 압박하게끔 대화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할 때 제재 해제를 얻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렇다 보니 볼턴 보좌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로 김 위원장을 압박하도록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핵시설 폐기+α'와 상응조치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간 실무협상 수준을 뛰어넘어 일괄타결식 접근을 시도한 과정에 볼턴 보좌관의 입김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의회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고 이 내용이 미국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심적 압박을 받는 상황이었다.



볼턴 보좌관의 재등판은 그렇지 않아도 정상회담 결렬이라는 뜻밖의 암초를 만난 북미협상을 더욱 어렵게 할 공산이 크다.
북한 역시 자신들이 질색하는 볼턴 보좌관을 내세워 '빅딜 문서' 전달을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주의 깊게 읽을 것으로 예상된다. 후속 협상을 낙관하지만 자기 식대로 빅딜 접근을 고수하겠다는 게 볼턴 보좌관을 통해 내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로 읽힌다.
지금을 기회로 볼턴 보좌관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 자체를 문제 삼으며 협상팀의 입지를 위축시키려 할 수도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회담을 앞두고도 비건 대표가 실무협상에서 단계적 접근방식을 취하는 태도를 보이자 강한 불만을 보여왔으며 폼페이오 장관에게도 직접 항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선(先) 비핵화-후(後) 보상'의 대북 접근을 고수해온 볼턴 보좌관은 리비아식 핵 포기 모델 거론에도 거리낌이 없어 체제 보장을 원하는 김 위원장에게 가장 껄끄러운 상대였다. 1차 회담 이전에 북한 외무성 김계관 제1부상과 최선희 부상이 볼턴 보좌관을 콕 집어 비난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 대북 초강경파를 상징하는 인물이지 유일한 초강경파는 아니다. 앞으로 후속 북미협상 국면에서 강경파의 입김이 커질 수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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