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인터뷰서 '트럼프가 김정은에 전달' 공개…최대압박 지속 재확인
"최대 압박, 김정은에게 진짜 충격 있을 것…시간은 트럼프 편"
잠잠하던 '초강경파' 볼턴, 잇단 인터뷰로 재등판…협상험로 관측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대북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문서로 '빅딜' 제안을 전달했다고 공개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이 실패가 아니라며 후속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문서로 구체화한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제의를 부각해 북한을 상대로 후속 협상을 유인하는 동시에 압박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2차 북미정상회담에 참석했던 볼턴 보좌관은 이날 잇따라 방송된 폭스뉴스와 CBS, CNN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 성사를 원했고 아주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북한이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빅딜이라고 부르는 것을 받으라고 계속 얘기했다"면서 비핵화와 핵·생화학 무기 및 탄도미사일 포기를 거론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하나는 한글, 하나는 영어로 된 문서 2개를 건넸다"며 그 문서는 미국이 기대하는 바와 북한의 경제적 미래에 관한 것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 앞서 미리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포기해야 하는 것과 이에 상응하는 경제 보상들을 나열한 '빅딜 문서'를 준비했다는 것이다.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완화를 염두에 두고 회담장에 들어온 김 위원장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프로그램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괄타결 입장을 명확히 한 셈이다.
미 고위 당국자도 회담 결렬 후 가진 브리핑에서 "북한이 현시점에서 WMD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을 꺼린다는 게 딜레마"라고 언급했던 것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문서'에는 WMD와 미사일 프로그램의 전면 동결로 시작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방안에 대한 미국의 로드맵 및 그에 대한 경제적 보상 방안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미국은 준비가 됐다며 '올인'하라고 주문했다고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올인' 발언은 이 '빅딜 문서'를 건네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문서의 전달 사실을 다름 아닌 볼턴 보좌관이 공개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슈퍼매파'로 불리는 볼턴 보좌관이 회담 결렬 후 직접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빅딜 입장을 선명하게 내세우고 향후 협상도 이런 기조하에서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 추진 국면에서 대북 공개 발언을 삼가왔던 터라 이날 언론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감대 속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후 북미협상에 볼턴 보좌관의 관여도가 이전보다 커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볼턴 보좌관은 '실패한 2차 북미정상회담'이라는 표현에는 극구 반대하며 후속 협상을 통한 성과 도출의 가능성은 계속 열어뒀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문을 열어놨으나 그들(북한)이 걸어들어오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적절한 때에 김 위원장과 다시 얘기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3차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것은 다름 아닌 대북제재이고 북한이 원하는 것 역시 제재 완화라고 강조하면서 최대압박(maximum pressure)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다들 오랫동안 시간은 (핵)확산자의 편이라고 믿었지만 현재 우리의 판단으로는 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의 편"이라며 "최대압박은 계속될 것이고 김정은에게 진짜 충격(real impact)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 북한에 빅딜 제의에 응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회담 결렬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볼턴 보좌관이 언론 인터뷰 전면에 등장해 빅딜과 최대압박을 내세우면서 가뜩이나 갈림길에 선 북미협상이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대체로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후속 협상에 대한 낙관적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이 유독 질색하는 볼턴 보좌관을 등판시켜 미국의 강경한 협상 기조를 재확인한 것이라 북미의 접점 찾기 과정에 일부 험로도 예상된다.
볼턴 보좌관의 재등판은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이례적 회견에서 표출된 실망감과 간접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성격도 있어 보인다. 특히 최 부상은 미국의 계산법이 의아하다며 김 위원장의 생각이 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이 견지해온 대북 회의론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북한이 과거 비핵화를 약속하고 경제적 이득을 취한 뒤 합의를 깨는 패턴을 반복해왔다면서 "우리가 나쁜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아 북한이 아주 실망한 것 같았다. 큰물(in the big city)에서는 이런 게 일상"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더이상 북한 정권전복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북한의 비핵화가 우리의 목표"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전에는 카다피 정권의 몰락을 가져온 '리비아 모델'을 거침 없이 거론해왔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시각차도 드러냈다. 그는 이번 회담으로 김 위원장이 미국의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보여주는 이득을 얻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입장은 그가 이번 회담으로 김 위원장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그게 중요하다. 내 관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해서도 "북한이 완전한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몰랐다는 김 위원장 말을 믿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서 "대통령의 생각이다.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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