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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고리' 백승희 이사장 "이주민 문화적 다양성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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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세상고리' 백승희 이사장 "이주민 문화적 다양성 인정해야"
이주민 강사로 구성된 '문화세상고리'…'다문화 이해교육' 롤모델 꿈
찾아가는 다문화이해, 다문화체험부스, 원곡동 나들이 프로그램 운영


(서울=연합뉴스) 김종량 기자 = "이제 우리나라 다문화 교육정책의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합니다. 외국 이주민의 내국인화를 위해 그들에게 한국의 언어와 생활양식 등 문화를 주입하는 교육에서 벗어나 소수 외국 이주민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그들을 이해하도록 돕는 교육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안산지역 대표적 다문화 교육기관이자 사회적기업인 '문화세상고리 협동조합(일명 문고리)'을 수년째 이끌어 온 백승희 이사장은 28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주장하며 "그들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우리 사회의 당당하고 절실한 구성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산지역 다문화이해 강사로 활동하던 2014년 당시 함께 활동했던 다문화 이해 강사들과 의기투합해 협동조합 형태의 문화세상고리를 설립했다. 다문화 교육을 사업화한 것이다.
"문화세상고리는 한국의 문화와 세계 문화가 어우러져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지만,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문고리'를 의미하기도 해요. 그래서 활동 초창기부터 결혼이주여성들을 위한 다문화교육은 물론 이주여성 강사 스스로 자국 문화를 가르치며 자존감을 높여갈 수 있는 다문화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그 바람대로 이주여성들은 문화세상고리에서 삶의 주체로서, 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백 이사장은 문고리도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제가 문고리의 이사장이자 대표이지만 사실 우리 구성원들은 '1인 1표'의 민주적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어 모두가 대표입니다. 지금 활동하는 강사는 10명이에요. 중국, 일본, 베트남,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콩고 이렇게 7개 나라에서 온 분들이죠. 저는 한국의 대표일 뿐이고요. 모두가 각국을 대표하는 대표자로서 동등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러한 점들이 문고리 구성원들 각자가 열심히 노력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다문화 강사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귀띔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이 좋은 직업을 갖기에는 제약이 너무 많아요. 먼저 외국인이라는 점과 기혼여성이라는 점, 그리고 경력단절, 편견과 선입견 등 정말 이주여성이 직업을 갖는 데 불리한 사항들을 다 가지고 있죠. 그런데 문고리를 통해 직업을 갖게 되었고 그것도 사회에서 존경받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으로 어린 학생들에게 불리게 되었죠. 사회의 지원이 아니라 자기 일을 통해 고정적인 임금을 받게 되었고요.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가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된 점은 문고리 구성원들이 자긍심을 가지게 된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고리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다.
'찾아가는 다문화 이해 교육', '다문화 체험부스(지역축제 참여)', '원곡동 나들이' 등이다.
문고리는 학교에 찾아가 소품과 놀이를 이용해 아이들이 다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거나, 지역축제에 참여해 시민들과 적극적인 소통 및 다문화에 대한 인식개선에 힘쓰고 있다.
문고리가 제공하는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이론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 방문수업의 경우 전통 의상이나 악기, 놀이 교구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체험수업을 하지만 이마저도 '흥미'와 '재미'를 추구하는 점이 색다르다. 예를 들어 소설 '서유기'를 소재로 참여자와 함께 그림자 연극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문화교육을 하는 식이다.
'원곡동 나들이'는 원곡동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프로젝트다. 안산에서도 원곡동 하면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밀집되어 있고, 무서운 곳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원곡동이 자신이 사는 동네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청소년을 대상으로 원곡동을 방문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문고리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다양한 게임을 통해 다문화의 이해를 돕는 '다문화 전용 보드게임'을 개발한 데 이어 올해는 가상현실(VR)에서 세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도 제작할 계획이다.
그가 문고리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경제적인 문제를 꼽았다.
"초창기 때는 여느 사회적기업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러나 사람, 즉 직원들을 중시했기 때문에 재정적인 고비에 부딪혔을 때도 견뎌낼 수 있었어요. 월급이 적으면 적은 대로 같이 나눴습니다. 지금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라고 토로했다.
보람도 느낀다고 한다.
"아프리카 출신의 강사가 처음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이 선생님을 보자마자 울거나 숨던 일이 있었어요. 낯선 피부색을 보고 적응하지 못한 거죠. 그랬던 아이들이 꾸준히 다문화 이해 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변화하더군요. 시간이 지나자 아프리카 강사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더라고요. 겁먹고 도망가던 아이들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 기뻐했습니다."
그는 문화세상고리의 포부와 관련해서 "'다문화 이해 교육'의 롤모델이 되는 것을 꿈꾼다. 안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서 다문화 선생님들의 활동이 빛나는 것을 기대한다. 타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이주여성의 모델이 되어 자긍심을 갖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발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j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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