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연합 키리졸브연습, 명칭 바꿔 3월4일부터 축소 실시할듯
北자극 않고자 훈련기간 2주→1주로 단축…2부훈련은 'ROC-Drill'로 대체
트럼프 "할때마다 1억달러, 군사훈련 오래전에 포기"…유예 가능성도 거론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미 군 당국은 28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종료함에 내달 초로 계획된 한미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시행할지를 곧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는 내달 4일부터 '19-1 연습'을 시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워게임' 방식으로 진행되는 키리졸브(KR)연습의 명칭을 19-1 연습으로 변경해 계획된 대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의 연장선에서 매년 8월께 실시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의 명칭도 '19-2 연습'으로 바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날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나면 곧 한미 국방 당국이 올해 초에 시행하는 것으로 계획해온 연합훈련 방향에 대해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미 군 당국은 연합훈련이 한미동맹의 근간인 연합방위태세 확립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측면에서 한반도 안보정세와 무관하게 정상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은 올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검증의 첫 단계인 최초 작전운용능력(IOC:Initial Operational Capability) 평가가 이뤄지기 때문에 전구급 지휘소 훈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도 작년 KR 연습 이후 10개월 이상 지휘소 훈련을 하지 않았고,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취임 이후에 대규모 연합훈련이 없었기 때문에 대비태세 유지를 위해서도 이번 19-1 연습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미는 훈련 일정과 훈련 시나리오는 변화하는 안보 상황에 부응하고자 대폭 조정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19-1 연습 기간은 2주일에서 1주일로 단축하고, 2부 반격 연습은 하지 않는 등 축소 시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간 KR 연습은 1부, 2부로 나눠 2주가량 시행됐다. 올해 2부 반격 연습은 생략하되 1주일 훈련 기간에 'ROC-Drill'(작전개념 예행연습)과 같은 개념으로 '점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핵화 대화를 계속해 나가는 환경에서 KR 연습에 예민하게 대응해온 북한의 처지를 고려해 명칭을 바꾸고, 훈련 시나리오도 불안감을 가지지 않도록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양국 국방 당국이 그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내온 상황과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쟁게임(군사훈련)은 어떤 단계에서는 필요하고, 또 어떤 단계에선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상황에 따라서는 군사훈련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런 발언으로 미뤄 미국은 작년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취하는 한미연합훈련 유예 또는 중지, 축소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번 '하노이 핵담판'이 결렬됐음에도 북한과 대화 모멘텀을 계속 유지할 것이란 확고한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러나 이번 북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수뇌부 등의 보고를 받은 뒤 현시점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고 판단한다면 19-1 연습은 유예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제가 오래전에 포기했다"며 "왜냐면 할 때마다 1억 달러의 비용을 초래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국에 연합훈련 비용 등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는 압박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많은 비용이 드는 미군 전략무기를 동원한 대규모 연합훈련은 계획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한미 국방 당국은 군 통수권자들의 지침이 내려지면 곧바로 연합훈련 일정과 관련한 발표를 할 준비체제를 현재 갖추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다 매년 3~4월 실시됐던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FTX)인 독수리(FE) 훈련도 이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대대급 이하 연습으로 축소해 상시 시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독수리 훈련은 후방지역 방호작전 수행능력을 배양하고자 실제 병력과 장비가 움직이는 훈련이다. 1961년 한국군 단독 비정규전 훈련으로 시작돼 1976년부터 연합작전과 연합특수작전 개념이 추가되면서 미군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미군은 독수리 훈련을 'Foal Eagle(FE)'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미는 대규모 훈련 계획 발표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부대 단위 연합훈련을 실시해 대비태세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양국은 작년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한 이후 8월 예정됐던 UFG 훈련을 시행하지 않았다. 한미 해병대의 연합훈련인 KMEP(케이멥)도 19회 예정했으나 11회만 시행했다.
북한의 비방 강도가 컸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도 하지 않았다. 이 훈련은 2015년부터 매년 12월 시행됐는데 2017년 12월에는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한 한미 공군 270여 대의 항공기가 참가했다. 훈련 내용이 공세적이어서 북한은 큰 위협으로 인식해왔다.
한미 전투비행대대 전술과 연합작전 능력 향상을 위해 시행되는 쌍매훈련(Buddy Wing)도 연기했다가 최종적으로 시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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