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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길을 묻다] "IMF가 초래한 '한국의 비극'"…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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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길을 묻다] "IMF가 초래한 '한국의 비극'"…양극화
전문가들 "IMF 강제 이식한 신자유주의는 고삐 풀린 자본주의"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우리나라 상·하위 계층의 소득격차 확대, 즉 양극화와 불평등이 심각해진 참사의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1997년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비정규직이 급증하고 소득분배가 악화하는 등 파멸적 현상이 본격화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9.8%의 고성장을 구가했던 1990년, 2인 이상 도시가구 기준 '소득 5분위 배율'은 3.72배였다. 이듬해는 3.58배, 그 이듬해는 3.52배였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최상위 20%의 평균 소득을 최하위 20%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값을 말한다.
이 수치가 급등한 것은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였다. 1997년 3.80배이던 5분위 배율이 1998년 4.55배로 뛰더니 1999년 4.62배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4분기에는 5.47배를 기록했다. 소득 최상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이 하위 20%의 약 5.5배에 달했다는 의미다. 고소득층의 소득은 늘고 저소득층의 소득은 줄어든 결과다. 양극화가 날로 심해진 것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보건사회연구원 재직 시절 '불평등 변화와 재분배 정책' 심포지엄 발표문에서 '지니계수'를 사용해 소득분배 악화 추이를 분석했다.
그는 고령화, 1인가구 증가, 청년실업 등 사회·경제적 변화를 고려하면 이제는 모든 연령대, 모든 가구원의 소득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보면 1996년 0.3033(시장소득 기준)이던 지니계수는 2006년 0.3583, 2016년 0.4018로 꾸준히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높을수록 소득 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가처분소득 기준 지니계수도 같은 기간 0.2983→0.3251→0.3353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5분위 배율로 따지든, 지니계수로 따지든, 소득 양극화는 최근 두드러진 현상이 아니라 오랜 기간 한국경제를 잠식해왔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갖는 셈이다.
특히 양극화 지표들은 IMF 사태 이후 급등했다.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이때부터 '한국의 비극'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비정규직 급증, 소득분배 악화, 삶의 질 저하, 저출산 심화, 노인 빈곤 확산, 자살률 급증 등 파멸적 현상"이 한꺼번에 덮쳐온 게 그가 정의한 한국의 비극이다.
강신욱 청장 역시 발표문에서 소득 불평등이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한 게 IMF 사태를 거치면서라고 분석했다.
1996∼2006년은 IMF 사태가 직접적으로, 2006∼2016년은 인구·가족구조 변화가 복잡하게 동반되면서 소득 불평등 문제가 심화했다는 것이다.
IMF 사태는 구제금융과 함께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제 이식했다.
1980년대 본격화한 신자유주의는 시장경제 원리에 충실해야 한다는 '시장근본주의'로도 불린다.
자유화·세계화를 지향점으로 삼아 정부 개입과 규제를 최소화함으로써 경쟁과 효율을 극대화하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반대론자들은 '고삐 풀린 자본주의'라고도 부른다.
고려대학교 이우진 교수는 이 체제가 "금융위기와 장기불황, 실업 증가와 노동시장 분단화, 불평등 증가와 부의 집중, 환경파괴와 기후변화"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결국 과거의 개발경제·발전국가 모형을 이어받아 신자유주의 체제가 확립되고, IMF 사태로 파생한 구조적 모순이 엉키면서 양극화로 흘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성경륭 이사장은 양극화 심화로 대표되는 한국의 비극을 극복하려면 '혁신적 포용국가'로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이사장이 제시한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은 각 경제주체의 혁신역량 강화, 고용 증대, 소득 증가가 선순환하는 구조다.
그는 지난해 말 '혁신적 포용국가-국가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과 과제' 논문에서 "혁신적 포용국가 외에 한국의 비극을 극복할 다른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고 제시했다.
경공업→중화학공업→IT로 이어진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혁신성과 고용 창출력이 약해졌는데, 대기업 중심의 '선성장 후분배'로는 이를 풀 수 없다는 것이다.
20년 넘게 구조화한 모순을 해소하려면 중부담·중복지의 포용적 혁신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이론이다.
이우진 교수는 "'포용적 성장론'은 시장근본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제기됐다"며 그동안 심화한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담론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누진적 과세정책, 부동산 등 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 공공 일자리 창출 등 조세·재정정책으로 포용적 성장, 혁신적 포용국가를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혁신적 포용국가와 소득주도성장 이론은 현실 경제에서 작동하지 않는 '이상향'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학교 김소영 교수는 "수요만 자극하는 소득주도성장은 한계가 있다"며 "노동 생산성 향상 등이 전제되지 않는 한 달성 불가능한 목표"라고 지적했다.
서강대학교 이윤수·최인 교수는 한국경제학회 발표자료 '신정부 거시경제 성과의 실증평가'에서 소득주도성장이 목표와 달리 소비증가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작년 3분기까지의 지표로 보면 설비투자 급감, 고용 감소, 생산성 감소"가 나타났다면서 "소득주도성장의 분배 효과도 회의적"이라고 비판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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