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재무원장, 1996년 13세 소년 성가대원 상대 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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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 추문이 잇따르는 가운데 교황청의 3인자로 꼽히던 고위 성직자가 소년 성가대원 2명을 성추행한 사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26일(현지시간) AP 통신과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호주의 조지 펠(77) 추기경이 소년 성가대원 2명을 성추행한 혐의에 대해 호주 빅토리아 주 카운티 법원의 배심원단이 유죄평결을 내렸다.
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측근인 최고 재무 고문이자 교황청의 3인자인 재무원장으로, 지금까지 아동 성학대로 기소된 가톨릭 성직자 가운데 최고위직이다.
다만 그는 작년 12월 교황 자문단에서 제명됐다.
펠 추기경은 55세였던 1996년 말 호주 멜버른 대주교로 재직할 당시 성 패트릭 성당에서 미사가 끝난 뒤 성찬식 포도주를 마시던 13살짜리 성가대원 2명을 붙잡아 이들을 성추행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은 펠 추기경이 강제로 구강성교를 한 뒤 쭈그리고 앉아 성기를 애무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한 명의 피해자는 2014년 마약 과용으로 숨졌다.
12명의 배심원단은 작년 12월 11일 만장일치로 펠 추기경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은 법원의 보도 금지 명령 때문에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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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결 결과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마에서 나흘간 이례적으로 미성년자 성학대 대책회의를 열고 아동 성학대에 대한 전면전을 촉구한 직후 공개됐다.
선고심이 27일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펠 추기경은 최대 5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펠 추기경은 항소 의사를 내비친 상황이다.
펠 추기경은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무죄를 주장하면서 제기된 혐의는 자신이 믿는 모든 것과 배치되는 사악하고 역겨운 행위라고 주장했다.
펠 추기경은 무릎 수술을 받기 위해 작년 12월 보석 허가를 받고 풀려난 상태다.
펠 추기경은 또 다른 피해자들로부터 성추행 혐의가 제기돼 추가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검찰 측이 이를 포기함에 따라 추가 재판은 중단됐다.
이들 소년은 1970년대 동네 수영장에서 수영할 때 펠 추기경이 여러 차례에 걸쳐 자신들의 생식기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AP는 "이번 평결은 종교개혁 이후 최대의 위기로 불릴 만큼 고위 성직자들의 아동 성학대에 대한 폭로가 잇따랐던 지난 한 해를 마감하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 제공]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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