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김혁철 닷새째 의제협상 돌입…하노이선언 막판 조율(종합)
비건, 북미협상 진척상황 질문에 "말할 수 없다"
대표 협상에 앞서 최강일-알렉스 웡 회동한듯
(하노이=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양국 정상의 베트남 하노이 입성이 임박한 가운데 양측 '의제' 협상팀이 닷새째 협상을 진행했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이날 오후 5시20분(현지시간)께 숙소인 베트남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을 출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숙소인 '파르크 호텔'을 찾아 의제 관련 실무협상을 가졌다.
출발 10분 뒤 김 대표가 탑승한 차량과 외부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귀환하는 비건 대표의 차량이 연달아 파르크 호텔에 들어서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는 양측이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20일 오후 현지에 도착해 21일 처음 회동한 것을 시작으로 쉼없이 닷새 연속 대좌한 것이다. 이날 북한 측에서는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동행했다.
양측 대표의 회동에 앞서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과 알렉스 웡 국무부 부차관보가 파르크 호텔에서 오후 2시부터 4시30분 쯤까지 먼저 접촉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실무협상이 시기상 '종반전'에 돌입하는 가운데, 양측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정상회담 합의문에 어떻게 표현할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으로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북한 대량파괴무기(WMD) 프로그램의 동결 또는 폐기와 상호 연락사무소 개설, 평화선언, 제재 예외 적용을 통한 남북경협 허용 등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 놓고 치열한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조치는 핵시설 동결에서 폐기에 이르는 '깊이'와 영변부터 모든 WMD·미사일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넓이' 기준 가운데 무엇에 집중할 지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응 조치도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연락사무소 수준에 머물지, 아니면 남북경협에 대한 적극적인 허용이나 부분적이라도 대북 제재체제의 변화가 이뤄질지가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틀 전 평양에서 열차편으로 하노이를 향해 출발한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출발이 예정된 만큼 양국 '정상'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상황이어서 양측은 협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은 현재 집중적으로 밀도있는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진행과 함께 입장 차이가 좁혀지고 있지만,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최 부국장과 웡 부차관보의 회동이 마무리될 무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유력시되는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취재진과 만난 비건 대표는 북미 협상 진척 상황을 묻자 "말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앞서 양측은 21일 오후와 22·23일 낮과 저녁, 24일 오후 비건 대표의 숙소인 파르크 호텔에서 만나 총 18시간이 넘는 '마라톤 실무협상'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23일에는 짧은 오전 협상 이후 비건 대표가 취재진에 엄지를 치켜드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양측 모두 이번 회담에서 최대한의 구체적인 성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지난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때처럼 막판까지 합의문 조율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이날 실무협상 장소인 파르크 호텔에서 일본 측 북핵 수석 대표인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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