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외출 장병 모시자…상인회·지자체 '군심' 잡기 안간힘
바가지 요금·불친절 개선…복귀 교통편 마련에 가격 할인까지
(전국종합=연합뉴스) 이달 초 군 장병 평일 외출 제도가 시행된 가운데 전국 각 지자체와 주둔지 상인들이 군심(軍心)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강원도와 경기도는 접경지역 25만여 명의 장병 중 월 최대 17만5천여 명이 외출 제도를 이용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이 1만원씩만 사용하더라도 매달 20억원 가까운 돈이 지역 상권에 풀리게 되는 셈이다.
이에 각 지자체, 상인들은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서비스 개선에서부터 장병 복귀 교통편 마련, 가격 할인 등 외출 장병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 가격 담합 오명 벗는다…친절 서비스로 탈바꿈
최근 양구지역 피시(PC)방들이 밀약해 군인 상대 요금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될 만큼 접경지역 상권은 그동안 병사들에게 불친절하고 바가지요금을 씌운다는 오명을 써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외박 위수지역 폐지론이 나오면서부터 상인들 사이에서 자정의 목소리가 일었다.
이달 들어 평일 외출 제도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서비스 개선에도 나섰다.
강원도는 친절 서비스 개선사업을 통해 접경지역 500개 업소에 맞춤형 친절 서비스 교육과 경영개선을 지원한다.
또 숙박업소 가격 안정반을 운영, 바가지요금 근절과 청결·위생관리를 수시로 점검할 방침이다.
양구군은 일반음식점과 숙박업소 등을 대상으로 장병 우대업소를 선정한다.
장병들에게 가격을 할인해주거나 반찬, 공깃밥 등을 무료로 리필해주는 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곳을 우대업소로 선정해 표시판을 부착하고 다양한 홍보를 펼친다는 방침이다.
양양군은 장병 외출과 귀대 시 교통 대책을 비롯해 할인업소 지정, 공원과 박물관 입장료 면제 및 감면 등을 시행한다.
또 자기계발 프로그램 운영, 작은 영화관 조기 개관과 상영 시간 탄력적 운영, 서핑 무료 체험 및 할인 등 장병들의 마음을 잡고자 다양한 시책을 마련했다.
화천군도 음식·숙박업소에 대한 대규모 시설 개선을 돕는다.
지역 67개 업소에 6억7천만원을 투입해 외벽 도색, 도배와 장판, 창틀 교체, 주방과 화장실 수리를 비롯해 소방안전시설, 장병 이용 편의시설 확충 비용 등을 지원한다.
속초시는 현재 운영 중인 160개 장병 할인 우대업소를 대폭 늘린다.
또 부대 밖 체류 시간 연장과 부대 복귀 시 불편 해소를 위해 대중교통 운행시간을 조정하고 의료기관과 협의, 야간진료 의료기관을 확대한다.
파주시는 장병 할인업소를 현재 87개에서 150개로 늘릴 예정이다.
음식점, 미용실, 목욕장, 숙박업 등의 이용료를 장병들에게 10% 내외 수준에서 할인하거나 군인 전용 할인품목을 신설해 저렴한 수준으로 제공한다.
충북 제천시는 군인들이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도록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업무제휴를 맺었다.
제천, 단양지역 군인과 동반 3명은 외출증이나 휴가증을 제시하면 평일과 주말 모두 5천원에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전남 장성군은 아예 전담팀(TF)을 꾸렸다.
TF는 장병을 위한 교통정책과 주요 업소 위생 및 서비스 개선 방안에 나서 상무대에서 장성 시가지까지 편하게 이동하도록 버스 운행시간과 횟수, 노선을 조정하기로 했다.
장병들이 즐겨 찾는 피시방·당구장·음식점 등에 위생과 서비스 개선을 요구하고 가격 할인 등 편의 제공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지역 스포츠·레저·문화·체육시설 이용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 VR 체험에 스크린 야구까지…장병 휴식공간 풍성
장병들이 지역에 머물면서 여가와 문화생활을 즐길 휴식공간도 조성된다.
강원도는 올해 12월 말까지 접경지역 5개 군을 중심으로 휴식공간 6개소, 편의시설 9개소를 만든다.
활용도가 낮은 기존 공공건물을 활용해 가상현실(VR) 체험장, 스크린 야구장, 만화카페 등을 갖출 예정이다.
고성군도 버스터미널과 전통시장, 군 복지회관 인근 등 5∼6개소에 군 장병을 위한 휴게공간을 마련한다.
편의시설은 물론 와이파이존과 정보검색대 등을 설치해 휴식을 취하는 장병들이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지역 관광지 등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간성읍 신안리 버스터미널 인근에 신축 중인 복지커뮤니티센터 3층에 군 장병을 위한 문화 쉼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양구군은 지역 중심 상권에 만남의 쉼터를 만든다.
양구읍 차 없는 거리에 있는 열린 문화 쉼터를 스크린 야구장과 휴게실, VR 체험장 등을 갖춘 군 장병 만남의 쉼터로 새롭게 단장해 내년 12월 완공할 예정이다.
양구군 관계자는 25일 "그동안 지역에 장병들을 위한 휴게시설이 부족했다"며 "쉼터를 조성하면 장병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막고, 지역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 연천군은 군인을 위한 영화관과 피시방을 대폭 늘린다.
신서면 주민센터 3층에 컴퓨터 40대와 휴게실을 갖춘 피시방을 꾸미고, 군청 인근 수레울 아트홀에도 평일 상설 영화관을 운영할 예정이다.
군 장병과 면회객을 위한 맞춤형 홈페이지도 구축한다.
강원도는 누리집을 통해 면회 정보와 교통편 이용정보, 부대 인근 숙박·음식점 위치와 요금·주소, 문화행사 등 유익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경기 파주시도 할인업소와 맛집, 피시방 등 장병들이 자주 찾는 업소 정보를 제공하는 전자지도를 만들었다.
(노승혁 김형우 정회성 양지웅 기자)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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