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리 "유럽에 '혐오의 바람' 불고 있다" 경고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유럽을 위협하는 '혐오의 바람'에 맞서야 한다는 경고를 보냈다.
산체스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스페인과 국경을 접한 프랑스 동남부 항구마을 아젤레스 쉬르메르에 방문해서 한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산체스 총리는 숱한 희생을 낳았던 스페인 내전 종식 80주년을 맞아 이 마을을 포함한 프랑스 내의 여러 망명지를 찾았다.
당시 독재자 프란치스코 프랑코가 내전에서 승리해 권력을 잡자 공화파 등 50만명 가까운 스페인인들은 이곳에 차려진 임시 난민수용소 등으로 피신해 열악한 삶을 견뎌내야 했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는 묘비에 예를 표하고, 자유를 명예롭게 여기며, 민족이라는 개념에 매몰되지 않고 국경과 항구를 열어 이주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것이 유럽의 생각이자 인류 사상 최고의 시대에 만들어진 생각"이라고 호소했다.
이는 최근 프랑스의 한 묘지에서 유대인 묘비들에 나치의 문양이 새겨져 훼손되는 사건이 일어난 것과 유럽 각국에서 아프리카 출신 '지중해 난민'들이 탄 배가 입항 거부된 것 등 여러 집단적 혐오가 벌어지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반(反)유대주의, 동성애 혐오, 외국인 혐오, 국가주의 등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들이 제풀에 지쳐 사라질 바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적극적으로 혐오의 바람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체스 총리는 앞서 프랑코가 권력을 잡기 전 스페인 제2공화국의 마지막 대통령이었다가 프랑스로 망명해 툴루즈 인근에 묻힌 마누엘 아사냐의 묘를 스페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참배하며 "스페인은 그를 포함해 참 많은 이들이 고난을 겪게 한 데 대해 훨씬 일찍 용서를 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의 이번 프랑스 방문은 오는 4월 말 조기 총선을 앞두고 사회당 산체스 정부가 우파진영의 견제에 맞서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AFP는 전했다.
산체스 정부는 지난해 6월 집권했지만, 소수내각이라는 한계 속에 우파진영과 카탈루냐 분리주의 진영 양쪽에서 견제와 압박을 받고 있어 스페인 현대 정치사에서 가장 단명한 정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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