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된 머리에 무덤덤" 'IS 신부' 딜레마…쿠르드 협상카드로
인터뷰서 극단주의 무심코 드러내…"테러, 서방공격에 복수" 발언도
"돌아가 심판받겠다"지만 기소 힘들어…英정부 "귀환자 기소율 10%"
쿠르드 고위인사 "시리아서 재판할 의향 있어…유럽 지원 필요"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패망을 눈앞에 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조직원과 그 아내, 이른바 'IS 신부'의 귀환을 놓고 출신국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IS가 패퇴를 거듭한 2017년께부터 IS 조직원과 그 가족의 귀환이 이어졌지만 지금과 같은 주목이나 반향은 없었다.
IS 가담자 귀환이 서방의 시급한 현안이 된 이유는 작년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내린 시리아 '전면 철군' 결정 때문이다.
여론의 거부반응이 폭발한 건 IS 신부들이 무심코 털어놓은 충격적 '속내'다.
대표적 사례가 4년 전 15세에 영국을 떠나 시리아에 합류한 방글라데시계 영국인 샤미마 베굼(19)이다.
베굼은 이달 14일 영국 매체 더타임스에 실린 인터뷰에서 세 번째 아이를 살리기 위해 꼭 돌아가고 싶다고 호소하면서도 참회나 후회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영국 사회의 반감을 샀다.
그는 IS가 참수 등 끔찍한 '처형'식 살해를 자행한다는 것을 '알고'도 합류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것(참수)이 이슬람법에 따라 허용된다고 들어서 처음부터 아무렇지 않았다"거나 "쓰레기통에서 참수된 머리를 봤는데,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는 19세 베굼의 말에 영국사회는 경악했다.
베굼만이 아니다.
프랑스 남부 출신의 29세 아내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귀국 후 공정한 재판을 바라면서 "테러를 저지른 자들은 (프랑스의 공습에) 복수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며 테러의 동기를 이해한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들은 한결같이 아이를 위해 돌아가려 한다고 답변했다.
AP통신은 IS의 마지막 소굴 바구즈에서 최근 벗어난 'IS 신부' 10여명을 인터뷰한 결과 4명만이 바구즈행을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고 23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다수는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IS 진영을 벗어났을 뿐 남으라는 지시였어도 따랐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들은 처음부터 가족과 나라를 버리고 시리아·이라크로 건너가 IS에 합류했고, IS가 패퇴를 거듭하고 최후 보루 바구즈에 이르기까지 지도부를 따른 것으로 볼 때 IS 이념에 대한 충성도가 더 높은 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
IS 신부들의 인터뷰를 분석한 영국 전문가와 고위 관리들은 여전히 극단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안보 위협'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이 외국인 여성이기에 이탈이 더 힘들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이들의 발언 자체가 극단주의 사고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출신국 정부로서는 이들이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극단주의 신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IS 가담자들에 대한 안보 우려를 떨치기 힘들고, "돌아가 죗값을 치르겠다"는 그들의 말과 달리 혐의를 입증해 처벌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귀국한 IS 조직원 중 단 10%만 기소됐다.
IS 신부의 경우 선전요원으로 활동한 미국 출신 호다 무타나(24) 같은 특별한 사례를 제외하고는 처벌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단화된 이들을 감시·추적하고 재활을 지원하는 데에도 막대한 비용이 든다.
IS 격퇴전 부대인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이 구금한 외국 출신 IS 전투원은 800∼900명이며, 그 아내와 자녀 총 4천명이 수용소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군 철수 후 터키의 위협 아래 놓여 유럽 각국의 도움이 절실한 쿠르드 세력은 최근 외국인 IS 전투원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언론에 IS 조직원과 아내의 인터뷰 주선에도 적극적이다.
SDF는 유럽의 지원이 있다면 IS 가담자를 시리아에서 기소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SDF 정치국의 일함 아흐메드 공동의장은 "IS 가담자들이 출신국에서 재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유럽이 법적 절차를 지원해준다면 쿠르드 당국이 외국인 전투원의 사법절차를 진행할 의향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영국 일간 가디언이 19일 전했다.
아흐메드 의장은 "우리가 그들을 풀어주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하지만 터키가 공격하면 우리가 거기에 맞서 싸우느라 IS 가담자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그들이 유럽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앞서 인터뷰에서 IS 가담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 베굼은 24일(런던 현지시간) 공개된 새 인터뷰에서 "언론에 얘기한 걸 후회한다"고 말했다.
베굼은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 일요판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정부)은 나를 본보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면서 "드러내지 않고 가족과 접촉할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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