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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제주 이주열풍은 '거품'…"식은 게 아닌 정상화하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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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제주 이주열풍은 '거품'…"식은 게 아닌 정상화하는 과정"
순유입 매달 1천명서 50명 밑으로…쓰레기·사람·자동차 넘치는 신 삼다도
일자리·임금·난개발 등 제주살이 어려움…"살면서 제주 더 이해하게 돼"

[※ 편집자 주 = 지난해 이후 제주 유입인구가 크게 줄고 있습니다. 빼어난 자연환경과 독특한 생활풍습으로 누구나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제주의 인기가 급속히 식어가고 있습니다. 돌, 바람, 여자가 많던 제주는 쓰레기·사람·자동차로 넘쳐나는 신 삼다도(三多島)로 변하고 있고 도둑 없고, 대문 없고, 거지가 없던 삼무(三無)의 섬은 생활폐기물과 환경 훼손, 교통난으로 신음하는 삼난(三難)의 섬이 됐습니다. 연합뉴스는 이주민 유입이 절정기를 지나면서 나타난 물가, 환경, 중국인 관광, 제2공항 문제 등 다양한 문제를 [줌in제주]라는 연중기획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로 간다고? 거기 가서 뭐해 먹고 살려고!"
경기도 고양시에서 두 아이를 키우던 강경진(41·여)씨는 지난 2016년 가족과 함께 6개월간 제주살이를 경험한 뒤 결국 제주 이주를 결심했다.
제주 조천 지역에 터를 마련했지만, 그는 현재 안타깝게도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남편이 할만한 마땅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제주 이주를 결심했을 때 지인들의 걱정이 현실이 된 것이다.
같은 직종의 일이라 하더라도 급여 수준이 기존 직장과 너무 차이가 나서 섣불리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
강씨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살기에는 제주의 임금 수준이 턱없이 낮다"며 "큰 아이의 초등학교 같은 반 아이들 중에도 이주민 자녀가 많은데 대부분 같은 사정으로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에서 살다가 제주로 들어온 박진형(45)씨도 같은 고충을 털어놨다.
박씨는 "타지역의 사람들이 제주에 와서 살려면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야 한다"며 "제주는 농사지으러 오는 사람들 말고는 대부분이 정착하기 매우 힘든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업과 관광업, 어업 등이 제주 경제의 주축인데 제주에 이주한 상당수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가 젊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고 도전해 일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그는 말했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제주에서 시작한 이충갑(57)씨는 "은퇴를 한 뒤 제주로 이주한 저와 같은 사람들의 경우 주로 '소비'를 통해 제주경제의 한 역할을 하게 된다"며 "현역에서 일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들과 저와 같은 소비 측면이 강한 이주민들이 서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 어찌 보면 (실버산업과 같이) 제주만의 새로운 특화된 산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수용능력 한계치 달한 제주
이들 이주민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제주의 문제는 단연 난개발에 따른 '자연환경 훼손'이다.
강씨는 "26개월 된 둘째 아이가 포크레인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며 "외출할 때마다 차창 밖을 보던 아이가 '포크레인! 포크레인!'하고 외치고, 차를 타면 으레 포크레인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 어디를 가든 곳곳에 건설장비가 즐비하다. 유입인구가 주춤하고 있다지만 각종 개발로 인한 자연환경 훼손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씨는 "각종 개발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지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저도 제주도민이니까. 주민등록상으로 (웃음). 제주의 자연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박씨도 "폐기물 오염에 대한 예방과 규제가 강도 높게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을 보면 철저하게 규제하기보다는 방치되는 듯한 인상"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실례로 제주를 다니다 보면 아무 데서나 쓰레기를 태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연기를 보고 신고를 하면 단속 나온 공무원들이 별다른 제재를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주의를 주는 정도에 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로변에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방치된 것을 자주 볼 수 있다"며 "기초 생활환경 의식에 대한 개선과 함께 환경부담금 부과 등 마땅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제주에 내려와 집을 짓고 사는 입장에서 다른 사람이 하는 개발에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는 게 좀 이상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제주가 일단 수용 범위를 초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주가 최근 들어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모든 문제는 제주가 수용할 수 있는 개발의 범위를 초과한 데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 제주, '비정상'에서 '정상화'하는 성장통
식어가고 있는 제주 이주열풍에 대해 다른 시각을 내놓는 사람도 있다.
박진형씨는 "제주 이주열풍이라는 말은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주의 어떤 곳이 좋다며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어 상업적으로 활용되고 부풀려진다. 연예인들도 산다고 하니 제주를 찾는 관광객도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지난해 제주에서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이라는 말이 언론에 나오더니 올해는 갑자기 관광객이 줄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평가가 몇 개월 사이 그야말로 극과 극을 오간다"며 "제주에 내려와 사는 입장에서는 '과연 뭔 소리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설·부동산 경기도 정점을 찍어 '하락세'에 접어들고 이주열풍도 '식었다' '끝났다'라는 부정적인 말이 나오는데, 사실상 비정상적인 열기에 휩쓸려 마구잡이로 건설허가를 내줘 분위기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 한 달에 1천명씩, 1년에 1만명 이상 제주로 이주해 온다는 것 자체가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년간 제주 인구는 매달 1천명 넘게 순유입이 이뤄졌지만 지난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12월에는 50명도 채 되지 않는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박씨는 "'위기', '침체'라는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오히려 '비정상'에서 '정상화'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충갑씨 역시 "'이주열풍이 식었다'는 말에 대해 별다른 감흥은 없다"고 했다.
이씨는 "은퇴 후 많은 고민을 했고 제주의 토속적인 삶과 자연환경이 좋아 제주 이주를 결정했다"며 "현재의 삶과 환경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이 살아갈 보금자리를 옮기는 일을 가볍게 결정하는 사람은 없다"며 "유행 따라 연예인이 있다고 해서 충동적으로 내려온 것처럼 비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경진씨는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이란 시선에 대해서도 선입견이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우리들에 대해) 좋게 말하면 '이주민'이고, 나쁘게 말하면 '육지것'이잖아요? (웃음)"라면서도 "개인적으로 이 말을 듣고 기분이 상하거나 그러진 않다"고 했다.
그는 "제주가 예부터 중앙에 조공을 바치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4·3과 같은 큰 비극을 겪으면서 외부인을 적대시할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알게 되면서 많은 부분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b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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