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숲 보호구역 부족민 수백만 명 쫓겨날 위기…'환경보호 명목'
원주민 보호단체, 강력 반발…"법원 판결은 부족민에게 사형선고"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의 숲 보호구역에 사는 토착 부족민 수백만 명이 환경보호라는 명목 아래 주거지에서 쫓겨나게 됐다.
23일 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최근 17개 주(州) 정부에 주 내 숲 보호구역에 불법 거주하는 부족 110여만 가구를 퇴거시키라고 명령했다.
'토착 부족민의 숲 보호구역 거주 허용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법은 토착 부족민이 3대 이상 한 곳에서 거주했다는 증명을 하면 야생동물 보호구역, 국립공원 등 숲 보호구역에 살 수 있게 했는데 이번에 퇴거 명령을 받은 이들은 이 증명을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가디언은 대법원 결정으로 500∼700만명이 살 곳을 잃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7월 27일까지 거주지를 떠나야 한다.
대법원은 야생환경 보호단체의 청원을 받아들이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환경단체는 "부족민이 법 규정에 따라 살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면 즉시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환경단체는 아예 보호구역 거주 허용법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또 다른 인권단체들은 이에 강력히 반발했다.
해당 부족민은 이미 법에 따른 권리를 갖고 있지만, 단순히 행정적으로 기록만 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이들이 조상 대대로 살던 터전에서 쫓겨나면 비참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원시 부족 보호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SI)의 스티븐 코리 대표는 "이번 법원 판결은 인도 내 수백만 부족민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전례 없는 재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땅을 뺏기고 부당한 대우까지 받던 그들이 이제는 가난, 질병, 죽음 등과 맞닥뜨리게 됐다"며 "이들을 쫓아내는 것과 숲 보호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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