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대강 보 해체' 공방…"자연성 회복" vs "광기 어린 결정"
민주·평화·정의, 한목소리로 환영…"4대강 사업은 범죄"
한국 "녹조라떼 괴담 앞세운 4대강 지우기"…대책특위 꾸리고 '물 전쟁' 선포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이슬기 기자 = 여야 정치권은 23일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전날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개 가운데 3개를 해체하고 2개는 상시 개방하는 안을 제시한 것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범진보진영 정당들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내며 4대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한 합당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반면, 4대강 사업을 추진한 이명박정부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현 정권의 막무가내식 '4대강 지우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바른미래당은 당내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공식 입장을 담은 논평을 내놓지 못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이번 결정은 국민 소통을 바탕으로 정부, 민간 전문가, 시민사회가 협력해 4대강 자연성을 회복하기 위한 집단지성의 산물로 높이 평가한다"며 "민주당은 물관리위원회를 통해 수질평가, 경제성평가 등을 보다 확고히 하고 보 처리방안에도 해당 지역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은 이명박정부가 온갖 불법과 편법을 동원해 막대한 국민 세금을 투입한 대표적인 혈세 낭비 범죄였다"며 "한국당이 '전 정권 지우기'니 '좌시하지 않을 것'이니 하는 것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일인지를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당 홍성문 대변인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4대강 개발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놓은 점은 다행"이라며 "이번 평가에서 제외된 한강과 낙동강의 11개 보에 대해서도 정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리기를 촉구한다"고 논평했다.
이어 "이명박정부가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수질 개선, 가뭄·홍수 예방 등의 목적을 내세워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 보를 지었지만 '녹조 라떼'만을 양성하는 등 각종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수문을 완전히 개방한 지 1년이 지난 현재 금강의 세종보엔 다시 새들이 날아들고 야생 생물이 회복되고 있다"며 "이에 힘입어 다른 보들도 개방키로 결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 대변인은 "4대강 사업의 애초 목적은 온데간데없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배만 불렸다는 푸념만 가득하다"며 "5·18 역사를 부정하는 한국당은 흐르는 물을 잠시 가둘 수는 있어도 영원히 가둘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4대강 보를 철거하려는 기도는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의 과거 부정일 뿐"이라며 당내 '4대강 보 해체 대책특별위원회'를 꾸리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정진석 대책특위 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광기 어린 탈원전 결정과 4대강 보 해체 결정의 배경이 샴쌍둥이처럼 닮았다"며 "현지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문재인 정권에 맞서 싸우고 금강과 영산강의 물을 지키기 위해 '물 전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정권은 '녹조 라떼' 괴담을 앞세워 전 정권의 4대강 사업을 지워버리려고 한다"며 "4대강 평가위에 참여한 민간위원 8명은 모두 좌편향 인사인 만큼 지역주민과 농민이 함께 참여하는 조사가 새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당 윤기찬 대변인은 논평에서 "전임 정부의 치적을 모두 부정해 흔들리는 지지층을 재결집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이번 3개 보 해체 결정은 정략적"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원전건설 여부를 결정하는데도 형식적이나마 최소한 공론화위원회는 거쳤으나 이번 보 해체에는 그런 최소한의 절차조차 무시됐다"며 "이런 오만하고 근시안적 정책은 결국 온 국민에게 재앙으로 돌아올 것이 명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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