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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ㆍ1운동.임정 百주년](39) "사람마다 집 한 채씩 가지고 살게"
독립 조국의 건설 지침 조소앙의 '삼균주의' 재조명
조소앙기념관 연중 교육행사…유학시절 일기 '동유약초' 해제본도 출간



(양주=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아이마다 대학을 졸업하게 하오리다. 어른마다 투표하여 정치성 권리를 가지게 하오리다. 사람마다 우유 한 병씩 먹고, 집 한 채씩 가지고 살게 하오리다."
해방 이후 처음 공식적으로 거행된 1946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한 조소앙 선생은 이렇게 말한 뒤 '대한독립 만세, 임시정부 만세'를 외쳤다.
독립운동가 조소앙 선생은 조국을 이처럼 평등한 세상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임시정부 외무부장을 지낸 그는 정치·경제·교육의 균형을 통해 개인, 민족, 국가 간 평등을 이루는 '삼균주의(三均主義)'를 창시한 정치철학가이기도 했다.
그의 사상은 대한독립선언서와 임시정부의 건국강령에 녹아들고 우리 헌법의 근간에 새겨졌으나, 한국 전쟁이 발발해 그가 납북되면서 그 꿈은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 양극화가 사회문제로 더 심화하는 가운데 조소앙 선생의 삼균주의 사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소앙 평전'(2017)을 쓴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삼균주의의 균등은 출발선으로써의 균등"이라면서 "그 시절에 이미 조소앙 선생은 '고등교육까지 무료로 해야 한다', '여성에게도 투표권을 줘야 한다', '토지를 국유화해야 한다'는 등의 대단히 진보적인 사상을 펼쳤다"고 평가했다.
김 전 관장은 삼균주의의 실현을 우리 헌법 제1조 1항인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의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강조했다.
그는 "4·19혁명, 광주민주화운동, 촛불혁명 등을 통한 국민의 희생 속에서 '민주'는 어느 정도 달성이 됐지만 '공화'는 아직 초보 단계"라며 "소수 재벌과 특권층이 국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회는 공화주의가 아니며, 삼균주의란 인간의 존엄이 보장된 최소한의 균등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학계뿐만 아니라 정치학계와 법학계에서도 삼균주의 사상을 재조명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3월 한국정치학회보에 발표된 '조소앙의 삼균주의의 재해석'(서강대 강정인 교수·권도혁 석사)은 "우리 헌법정신이 민주공화주의라는 점에는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나, 주로 서구의 공화주의 이론 등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제헌헌법에 영향을 끼친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조소앙의 정치사상에 따른 민주공화주의 해석은 미진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공화국'을 헌법정신으로 인정한다면, 그것의 해석 기준으로 삼균주의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여경수 헌법연구가는 2012년 발표한 연구논문 '조소앙의 삼균주의와 헌법사상'(충북대)에서 이미 "조소앙의 사상은 헌법 규범으로는 수용됐지만, 현실에서는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며 "삼균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처방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에서 고루 힘을 나눠 가져 민주국가를 이룩하고, 교육에서 고루 가르치고 배워 문화국가를 이룩하며, 경제에서 고루 나눠 가져 복지국가를 이룩하는 것이 조소앙 선생이 염원한 독립국가의 모습일 것"이라고 밝혔다.



1887년 경기도 교하군(현 파주시)에서 태어난 조소앙 선생은 국내외의 독립운동에 자신의 일생을 바쳤으나, 한국전쟁 중 납북돼 1958년 평양 애국열사릉에 묻혔다.
국내에서는 한동안 '월북 인사'로 분류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다가 1989년에서야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그의 업적이 뒤늦게 널리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2016년 경기도 양주시는 남면에 조소앙 선생 기념관을 건립했다.
기념관은 선생의 생애와 정신을 살피는 6개의 전시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기념관 옆 부지에는 본가가 복원돼 있다.
양주시는 오는 4∼11월 조소앙 선생과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기리는 연중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양주시 관계자는 "3·1절 등에만 하루 '반짝' 하고 끝내는 이벤트가 아니라, 관심 있는 학생과 주민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연중 교육 및 체험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소앙 선생의 후손인 조인래 조소앙선생기념사업회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기념관에서 기자와 만나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100주년도 중요하지만 이제 지난 100년이 아니라 앞으로의 100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삶을 연구하고 기념해야 한다"고 했다.
조소앙기념사업회 측은 '기록왕'이라고도 불릴 만한 조소앙 선생이 남긴 수많은 원고와 저서를 복원, 복간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대한독립선언서'의 육필 초고를 언론에 공개한 바 있으며, 일본 유학 시절 쓴 일기인 '동유약초' 해제본 등도 조만간 출간할 계획이다.


suk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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