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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젊은 남성들의 비(非)출산 행동이 시작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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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젊은 남성들의 비(非)출산 행동이 시작됐나

(서울=연합뉴스) 곽효원 인턴기자 =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성평등 사회로 바뀌어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통이죠"
최근 청년 세대에서 두드러지는 비출산 경향에 대한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20대 미혼 남성이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고 정관수술을 고민하는 맥락에는 가치관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 미혼 남성 사이에 퍼지는 의문 "결혼과 출산? 글쎄…"
최근 한국사회에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20대 미혼 남성이 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8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이하 출산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5∼29세 미혼 남성이 결혼 필요성에 대해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36.1%로 전체 응답자(1천140명)의 3분의 1을 넘어선다. 2015년 29.9%에서 6.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하는 편이 좋다'고 결혼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응답자 비율은 7.9%포인트 낮아졌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7일 발표한 '미혼 인구의 결혼 관련 태도 보고서'에서 이 통계에 대해 분석하면서 "미혼 남성 전반에 결혼에 대한 부정적 또는 유보적인 태도가 퍼져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비출산 지표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출산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5∼29세 미혼 남성이 자녀의 필요성에 대해 '없어도 무관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7.5%로 나타났다. 2015년 12.9%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아진 수치다. 젊은 남성들 사이에 '자녀가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불과 3년 사이에 크게 높아진 것이다.

20대의 정관수술 역시 결혼이나 출산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는 데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정재훈 교수는 "'나는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키울 생각이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삼식 한양대 고령사회연구원 원장도 "예전과 달리 결혼과 출산이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있다.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고 정관수술을 결심하는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가부장제와 성평등 가치관이 충돌한 결과"
전문가들은 "지금의 20대는 성평등 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서 있는 세대"라고 분석했다. 가부장 사회의 유산과 새로이 나타난 성평등 가치관이 충돌하는 가운데 남녀 모두에게서 비혼과 비출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 가부장제의 구습에 억압을 느낀 젊은 여성들이 먼저 비혼과 비출산의 기치를 들었다면 이제는 20대 남성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는 것.
정재훈 교수는 "요즘 젊은 남성들에겐 아버지 세대부터 내려온 '가족을 경제적으로 부양할 의무'는 여전한데 아버지 세대가 못 느끼던 육아에 대한 부담이 추가됐다"며 "미혼 남성들이 결혼에 대해 육아와 부양이라는 '이중 부담의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시대가 지나며 젊은 층 사이에서 유교적 가치관이 퇴색하고 있는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삼식 원장은 "과거 남성은 자녀를 낳아 가문을 이어야 한다는 유교적 의무 속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한 낙관적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문이나 제사 등 유교적 관념이 희미해지고, 성평등이 강조되면서 육아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교수는 새롭게 등장한 아버지상을 '키즈카페에서 조는 남성'이라고 묘사했다.
예전 아버지는 경제력만 책임지면 소파에 누워서 리모컨만 눌러도 괜찮았지만 이제는 주말이면 남성들도 가족과 함께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것. 변화하는 사회상 속에서 부담을 느낀 나머지 아예 출산 거부를 선언하는 남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풀이했다.

◇ "대책은 아이 중심의 사회"
비혼과 비출산을 선택하는 현상에 여성에 이어 남성까지 가세하며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정부 대책인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은 1·2차 모두 기본방향이 아이 돌봄에 치우쳐 있다. 청년세대가 애초부터 결혼과 자녀를 포기하는 상황의 근본대책은 아닌 셈이다.
정 교수는 "제3차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계획은 결혼을 못 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한 청년세대의 결혼 지원 쪽으로 기본방향이 바뀌긴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장하며 아이 중심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지금의 신혼부부 행복주택은 결혼을 해야만 누릴 수 있는 제도인데 아이만 낳았으면 주택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해야만 아이를 안정적으로 낳아 키울 수 있는 사회에서 탈피해야 젊은 층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결혼하지 않은 커플에게도 법적인 부부와 똑같은 혜택을 주는 프랑스의 시민연대협약(PACS)과 같이 동거 커플이나 한부모 가정까지 포용하는 사회로 발전해야 '자발적 단종'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젊은 층의 비출산 경향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고용이나 주택문제 등을 정부가 해결하며 희생을 줄이는 게 현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청년세대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혼과 비출산은 시대적 흐름이기 때문에 한 두 가지 정책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고 단언하는 걸 잊지 않았다.
kwakhy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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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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