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의심받다 숨진 보육교사 신상털이…누리꾼 등 기소
보육교사 찾아가 물 끼얹은 아이 이모도 폭행죄로 법정행
(부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지난해 인터넷상에서 아동학대를 의심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신상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어린이집 운영자와 누리꾼이 재판에 넘겨졌다.
보육교사에게 항의하는 과정에서 물을 끼얹은 해당 아동의 이모도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인권·첨단범죄전담부(신승호 부장검사)는 21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김포 모 어린이집 운영자 A(47·여)씨와 인터넷 맘카페 회원 B(26·여)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학대 피해를 의심하고 해당 어린이집에 찾아가 보육교사를 폭행한 혐의로 원생의 이모 C(48)씨도 재판에 넘겼다.
A씨는 지난해 10월 11일 인천시 서구 한 축제장에서 원생을 학대한 의혹을 받다가 며칠 뒤 숨진 보육교사의 실명을 학부모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함께 기소된 B씨 등 맘카페 회원 2명도 같은 날 이 보육교사가 원생을 학대했다는 글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고 보육교사의 실명을 카페 회원 10여명에게 쪽지로 유포한 혐의를 받았다.
C씨는 사건 발생 후 어린이집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하던 보육교사 얼굴에게 컵 안에 든 물을 끼얹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추가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달 14일 C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조카가 아동학대를 당했다'는 내용으로 인터넷에 글을 써 C씨에게 적용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는 보육교사의 실명을 적지 않는 등 비방 목적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혐의없음 처분을 했다.
검찰 관계자는 "A씨는 어린이집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개인정보 처리자임에도 보육교사의 동의 없이 그의 실명을 제3자에게 알려줬다"며 "인터넷 카페 회원 2명도 이른바 '신상털이'로 보육교사의 실명을 퍼뜨려 기소했다"고 말했다.
해당 어린이집에서 근무한 이 보육교사는 C씨의 조카를 학대했다는 의심을 받은 뒤 이틀 만인 지난해 10월 13일 김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건 발생 당일부터 해당 어린이집 이름이 김포 지역 인터넷 '맘 카페'에 공개됐고, 경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보육교사를 가해자로 단정 짓고 비난하는 댓글도 잇따라 달렸다.
검찰 관계자는 "실제로 해당 보육교사가 아동을 학대했는지도 조사했으나 혐의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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